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최근 국내에 중국의 천재적인 여성작가로 비록 짧기는 했지만 한 세대를 풍미했던 샤오홍의 생애를 다룬 영화 황금시대가 개봉되어,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상당한 호평을 받으면서 세간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 허안화 감독과 최고의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탕웨이가 만나 놀라운 연출력과 연기로 인해 영화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음은 물론, 2014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폐막작과 부산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까지,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황금시대의 내용은 1930년대 중국은 일본과의 전쟁을 치러야했던 격변의 시기에 중국 현대문학의 보물로 일컬어지는 여류작가 샤오홍의 일대기를 담아낸 것이다. 하지만 일부 독자들의 경우에는 그녀가 어떤 인물이었으며 무슨 작품을 남겼는지에 대해 다소 생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러한 부분과 연관하여 천부적인 문학적 재능을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31살 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해야 했던, 평생을 파란만장한 삶으로 점철되어버린 그녀의 생애를 여러 사실에 근거하여 사실적이고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하여 영화 황금시대의 내용과 비교해 샤오홍이라는 여류작가 본연의 모습과 더불어 연약한 여성으로써 기구한 운명을 짊어져야 했던 그녀의 인생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샤오홍의 유년기 어린 시절에서부터 그녀가 불과 30세의 나이에 투병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오다가 삶을 마감하기까지, 자유를 갈망하며 치열한 인생길을 걸어간 그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전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샤오홍은 10년의 시간동안 무려 100편에 이르는 작품을 남길 정도로 작가로서 불꽃같은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책 속에는 작가로써 지내온 그녀의 인생여정 보다는 성인으로 성장하기 전까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 원인이 나중에는 결국 애정결핍의 문제로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연인으로서 남자와의 따뜻한 정을 나누지 못한 불행한 시절의 이야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녀는 성인이 되어 당시 일반적이었던 집안끼리의 정략적인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의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는 자유연애를 꿈꾸어 왔고 이를 실천에 옮겼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음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한때 자신의 결혼 상대자였던 남자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집안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고, 그 후로도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그녀의 첫사랑 샤오쥔이라는 남자와 우여곡절 끝에 정분을 나누게 되지만, 서로가 성격과 이념의 차이로 이마져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샤오홍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구속되는 살아 가야하는 삶을 무척이나 기피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샤오쥔을 잊지 못한 것을 보면, 그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결국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샤오홍이 한창 작가로서 활동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대내외적으로 무척이나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어려운 국내의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는 창작에 몰두했는데, 이는 그녀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샀던 중국의 대문호로 알려진 루쉰에 의해 발탁된 덕분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녀는 여전히 사랑받는 작가로 그 위상이 높다고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중국 현대문학의 보배로 평가받고 있는 그녀의 작품을 아직까지 접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간접적으로나마 책의 내용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예상해 그려본다면, 두 가지의 뚜렷한 얼굴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 한 가지는 후란강 이야기라는 그녀의 작품에서 보듯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승화시킬 수 있었던 천부적인 작가의 기질을 지녔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당시 시대의 흐름에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여성 해방과 같은 진보적인 사상으로 무장하여 강인하고 자유주의자에 가까운 일종의 투사의 이미지가 얼핏 느껴진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샤오홍은 그녀의 문학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루쉰을 통해 자신의 작가로써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는 기회를 부여받아 놀라운 능력을 펼친 것은 분명 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사랑에 대한 열정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비련의 여성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봉건주의라는 시대적 상황에 가로막혀 가난의 고통과 연민의 굴레에 얽매여 혼란스런 시기에 작품을 통해 아픔을 초월하려 했던 그녀의 불굴적인 삶의 행로에 잠시나마 동행을 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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