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북유럽나라의 장르물이 꾸준히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하여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그 결과로 몇몇의 작가의 경우에는 현재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의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듯해 보인다.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또 다른 한편으로 반갑게 생각되는 것은, 그러한 현상을 계기로 이들 지역에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였던 북유럽의 여러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추리스릴러물에 가까운 것이 많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볼 때, 사건 전후 과정의 추리적 요소에 초점을 맞춘 본격추리물이라든지, 액션을 가미한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느와르풍의 스릴러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기존 북유럽의 스릴러물에서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었던 하드보일드적인 색채가 강하게 베여 있는 느와르 분위기의 범죄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관계로 아마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생소하게 받아들여 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북유럽은 물론이고 언론에서 주목할 정도로 역량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자국 스웨덴의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동시에 유럽의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원작을 통한 영화로까지 제작될 예정이어서 작품 내용에 대한 나름대로의 검증은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이 소설은 전개되는 줄거리의 흐름으로 볼 때, 이 한권의 전체 내용이 서사 과정에 불과할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감상의 포인트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장르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살펴보았으면 한다.


작품 속 주인공 소피는 오래전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과 함께 안락한 삶을 보내는 평범하면서도 타고난 미모를 지닌 간호사다. 그녀는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던 엑토르라는 중년의 남성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데, 엑토르 역시 그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엑토르는 소피와 달리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그는 겉으로 출판사의 사장의 모습을 하고 다니지만, 실제로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자신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코카인을 몰래 반입하여 유통시키거나 주가를 조작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등의 불법을 저지르는 스페인 마피아의 실질적인 보스다. 엑토르는 며칠 전 자신들이 거래하던 물건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몰래 빼돌린 독일의 마피아 조직에게 경고성 차원에서의 응징을 가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빌미가 되어 두 조직은 복수에 복수를 거듭하게 되고 급기야는 전면전으로 확산되어 버린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소피는 엑토르와의 만남을 이어가던 도중에, 이들 조직 간의 다툼에 자연스럽게 휘말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한편 국립범죄센터의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형사 구닐라는 엑토르가 벌이는 불법적인 거래 과정을 포착하기 위해 몇 년 전 부터 은밀하게 뒷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소피가 엑토르와의 자주 접촉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소피를 만나 결정적인 증거를 얻기 위한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소피는 자신이 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엑토르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으로 인해 모든 사실을 감춘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치 못한 그러한 행동은 결국 조직에 깊숙이 발을 들이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엑토르는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소피에게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모든 전권을 부여하게 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불법과 탈법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두 개의 마피아 조직 간의 세력다툼과, 이들의 약점을 포착하여 이득을 갈취하려는 부패한 경찰세력들이 서로 연계되면서 느와르 스릴러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이미 언급했듯이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하여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소설은 작품 속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예상해볼 때 발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추후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에 대한 기대감이 자못 크게 느껴진다. 또 한 가지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의 등장이다. 통상 이런 느와르풍의 주인공은 대체적으로 마초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남성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면, 이 소설은 평범한 간호사 출신의 여성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게다가 주인공을 뒤를 쫓는 경찰의 핵심인물도 여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여타의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예외적이고 특이한 설정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작품의 내용은 느슨하고 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여타의 느와르가 보여주었던 것 이상으로 매력 있는 스토리에 역동적이고 호쾌한 액션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독자들의 입장에서 스릴러물로서의 묘미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원작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 매끄럽게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조금 아쉽게 여겨진다. 이 소설은 시리즈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단 한권의 내용으로 전체적인 내용을 단정하고 가늠하기에는 다소가 무리가 있지만, 지금까지 전개된 줄거리를 고려하면 의외의 스펙터클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사소한 복수가 결국에는 조직 간에 다툼으로 크게 번지고,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발을 딛게 된 한 여인의 운명적인 삶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 이 작품에 독자들의 관심 높은 선택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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