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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 선비들의 생활사 ㅣ 인간사랑 중국사 3
쑨리췬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4년 8월
평점 :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선비라 함은 조선시대의 지식인들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원류는 중국고대에서 비롯한다. 이들이 자신의 삶에 궁극적 목표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책을 통해 지식을 공고히 하면서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일과, 옳은 일에는 죽음도 불사한다는 굳은 신념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선비정신은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위한 일부 벼슬아치들에 의해 점차 퇴색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선비라는 원래의 정신이 변질 혹은 왜곡되면서 뭇사람들에 의해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폄훼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어느 나라의 어떤 사회를 둘러보아도 권력을 쥐고 통치하는 핵심세력이 부패하고 타락의 구덩이로 빠져버리면 아무리 굳건한 토대와 융성한 발전을 이루어왔다고 하더라도 몰락해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며, 미래는 가히 희망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나라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그 중심의 축을 이루는 지식인들의 행동은, 자멸할 것인가 아니면 극복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며, 그동안의 역사의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최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과도한 경쟁이 일상화 되어서 일지는 몰라도 자신만 잘되면 아무런 상관없다는 인식이 날로 팽창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날로 혼탁해지고 있는 우리사회에 시급히 필요로 하는 것은, 고대 선비들이 자신의 목숨처럼 지켜온 그들의 혼이 담긴 일관된 정신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옛 중국 선비들의 생활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이 본 받아야 할 교훈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 그들의 삶을 통해 자신을 지탱하는 정신적 지표로 삼았으면 싶다.
책의 간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고대 중국에서의 선비라는 단어의 의미는 당시의 지식인을 전부 포괄하는 것으로 유생이나 문인으로도 불리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몇 가지의 특징적인 것을 살펴볼 수 있는데, 한때는 귀족의 부녀자도 선비라는 범주에 넣긴 했지만, 공자의 저서 시경에서 정의했던 것처럼 선비는 오로지 청년 남자만을 가리켰다. 또한 선비는 보통 글을 읽고 시를 짓는 문신들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선비가 종사했던 직업으로는 무사가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귀족으로 분류되긴 했으나 이후 선비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상사, 중사, 하사라는 세 등급으로 나누어졌다. 그런데 이처럼 선비의 계급이 분화되었던 그 주된 원인은 사회발전과 변혁으로 지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했고, 한편으로 전통적인 관학의 교육 방식 보다는 상대적으로 사학의 성장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고대 선비들은 다른 무엇보다 선비라는 자부심에 대한 품격을 상당히 중시했는데, 품격은 곧 인격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역사에 대한 사명감과 우환의식, 그리고 유가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상적 인격, 즉 자신의 가치관을 사회에서 실현하고 백성들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도덕적인 면모를 유지하는데 역점을 두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중국 고대 선비들은 사회적 신분으로 보면 그들 나름대로의 특수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책에 의하면 그들은 관과 민 사이에서 독립적인 계급의식을 갖지 않았으며, 오직 왕권에만 의지하고 따르며 국가 관리에 참여하는 것을 자아실현의 과정으로 보았다고 한다. 선비가 되는 방법은 자격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과거에 응시하는 것이 그 하나였고, 다른 것으로는 과거시험을 세속적인 출세라고 여긴 이들이 초야에 묻혀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것으로, 이들의 학문적인 능력은 지인들을 통해 정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선비의 생활상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들이 의식주를 비롯해서 풍류를 벗을 삼아 유람을 하고, 그들만의 자치적 모임을 만들어 정치 현안과 사회의 문제점을 논하는 등의 역사사료를 바탕으로 그동안 우리들이 잘 모르고 있던 다양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 선비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이 깊이 새겨볼만한 것은, 그들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행동을 보이는 일관된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개인의 호화와 사치는 금기로 여겼을 만큼, 청빈하고 검약하는 생활을 철칙으로 삼는 마음가짐으로 지행합일을 실천하는데 몸소 힘을 써왔다는 점이다. 아울러 나라가 위급할 때는 초개와 같이 몸을 던져 국태민안에 기여를 해왔음은 유의해 볼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오랜 역사과정에도 국가적 위기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분연히 일어서서 바람직한 사회를 형성하는데 그 밑거름이 되었던 선비정신을 지닌 많은 이들이 있었다. 물론 일부 지식인들의 경우에는 과거 선조들이 지켜온 그러한 정신을 망각하고 변절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 고대시기에 발현되었던 선비의 정신은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조선기대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유지되어왔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근대를 거쳐 오늘날처럼 컴퓨터의 보급으로 흘러넘치는 정보로 인해 과거와 달리 지식의 양은 현격하게 늘어났지만, 상대적으로 보고 배웠던 학문의 이치를 사회에 실현하려는 선비정신은 극히 찾아보기 힘든 시대로 변모해 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이나 탈법적인 것도 서슴지 않으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이기적인 모습은 하루빨리 탈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의 사실을 나열한 것에 그치고자함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지식인이 지녀야 할 그 기본적인 정신을 다시금 고취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중국 고대 선비들의 소중히 여겨왔던 정신적 덕목을 배우고 익혀 실천하는데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