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역사
폴 존슨 지음, 김한성 옮김 / 포이에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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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유대인이란 오직 하나의 신인 여호와를 의지하고 메시아가 지상 천국을 건설할 것을 믿는 유대교의 교리를 따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리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분지어 이야기 한다면 약속의 땅을 점령한 12지파 중의 하나였던 유다지파의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유대인을 규정지어 정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를테면 태생적으로는 분명 유대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종교적 행위를 거부하는 종교문제가 있기도 하며, 개혁 유대교에서는 부모 중 한사람의 유대인 혈통을 이어받았다 하더라도 유대인으로 인정하고 있기도 해서 사실상 이를 명확하게 구별하기가 점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지구상의 모든 민족을 통틀어 유대인만큼 박해를 받고 정착지에 머물지 못하고 유랑을 해야 했던 경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다양한 사회 속에 스며들어 필적할만한 자신들의 족적을 뚜렷하게 남겨놓았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이들을 가리켜 다른 어떤 민족보다 독특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 낸 유일한 민족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유대인의 역사는 대략 4,000년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기간이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 전체의 역사과정에 무려 반 이상에 해당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른 어떤 민족에 비해 유구한 역사를 지녀왔다고 자부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그와 같이 유대인의 역사가 지구상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왔으며, 더불어 세계의 여러 지역을 포괄하고 있는 만큼 유대인의 역할과 그들 존재의 의미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하여 그동안 유대인이 걸어왔던 발자취의 거의 모든 내용을 깊이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유대인들이 국가적인 체제를 이루어냈던 고대의 시기를 지나, 이후 수 세기 동안 자신들만의 둥지를 틀지 못했던 사실과 연관하여, 유대인들은 어떻게 다른 민족과 구별 짓고 동질성을 유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들의 사상과 힘에 대한 그 근원지를 찾아보고자 했다. 그래서 초창기 유대민족을 이끌어 왔던 주요 선지자들에 대한 인물들의 여러 활동 내역과, 그들을 통해서 바라본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의 그 상세한 배경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또한 중세시기에 이르러서는 이슬람 세력과 반유대주의가 확산되어가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그들만의 새로운 사회구조체계의 생성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이는 당시의 역사적 사건과 비교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는 유대인의 장구한 역사의 기간과 비례해서 그들이 국가라는 구심점 없이 개개인의 일원으로 수많은 시간 동안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핍박과 압제 그리고 모욕을 당한 그 과정에서의 인과관계 문제가 면밀하게 설명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유대인이 모여 살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은 도시의 거리나 구역을 가리키는 게토에 관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게토 안에서 종교나 사법, 자선과 휴양기관들을 꾸려가는 등의 공동체 의식이 면밀하게 나타나 있어 그들만의 생활상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 중 한 가지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로 점철되어지는 홀로코스트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에서 당시 대학살의 사건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층 확대하여, 그 시기 전후로 국제적 이해관계가 모색되던 분위기 속에 유대인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심층 분석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이 책 끝부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시온, 즉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영토분쟁에 관한 여러 국제적 시각들을 심도 있게 담아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유대인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초창기 유대인의 실질적인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성경의 내용과 성경을 통해 새로이 밝혀진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그와 연관된 수많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로우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총 망라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부분적이고 단편적으로만 소개되어 왔던 유대역사의 과정을 한 눈에 모두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그동안 유대인이 이룩해왔던 다양한 역사의 산물들을 고려해볼 때, 유대민족이 지구상에 없었더라면 세상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그는 유대인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법과 인간의 법 앞의 평등사상을 얻었으며,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 사상, 공동체의 양심과 사회적 책임, 평화와 정의를 기반으로 한 사랑, 그리고 인류의 기본적인 윤리 내용을 구성하는 다양한 정신적 신념에 대한 그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만약에 그들이 유일신으로 섬기는 하나님에 대한 그 사랑의 의미를 인류애로서 인식하려는 실천적인 부분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주목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고, 아울러 우리의 현실도 그 만큼의 문제점을 떠안게 되지 않았었을까 싶다. 유대인들은 그동안 걸어왔고 또 그렇게 해야만 했던 고단한 여정 속에서 버림받고 상처를 입어야 하는 시간들이 지속되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끊임없는 이상주의 실현의 가능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하며 이를 목숨처럼 지켜내면서 스스로 하나님의 특별한 백성이기를 자처했다. 그런 이유에서 어쩌면 이들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에서가 아닌, 인류문명사의 내용을 또 다른 시각에서 관찰해볼 수 있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그동안 잘 알지 못했거나 혹여 있을지도 모를 왜곡된 유대역사에 관하여 사실에 근거한 세부적인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유대인의 진면목을 관찰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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