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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3 ㅣ 존 코리 시리즈 3
넬슨 드밀 지음, 정경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장르소설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독자라면 생동감 있는 화려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스릴의 요소로 주로 권력층의 암투적인 내용이나 대테러의 이야기를 담은 존 코리 시리즈를 한번 쯤 읽어봤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작가인 넬슨드밀은 자국 내에서 발표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서, 따로 소개가 필요치 않을 만큼 국내독자들에게도 익히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작가가 치중하는 장르의 분야는 주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이고 개인적인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그 범위를 확대해 실제 있었던 대외적인 정치사건이나 베일에 가려진 외부세력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조직적 테러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여타의 작가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당한 스케일의 자랑하고 있기에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작품은 그의 최근 신간으로 그동안 소개되었던 그의 작품의 전개내용으로 볼 때,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인상 깊은 줄거리를 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은폐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임을 보이는 세력과, 반면에 석연치 않은 몇몇의 증거들을 토대로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으려는 이들과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어,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여운을 남겨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책 속으로의 몰입을 가속시킬 만큼 흡인력 있는 줄거리는 물론이고, 쉽게 잊혀 지지 않을 만큼의 특색 있는 작가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장르소설의 주는 색다른 묘미의 시간을 느껴보는 기회를 마련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작품 속 사건의 시작은 뉴욕의 JFK 국제공항을 이륙하여 목적지인 파리로 향하던 TWA 800 보잉 747-131기가 불과 10여분 만에 대서양 상공에서 거대한 굉음을 울리며 폭발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 엄청난 사고는 단 한 사람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사건의 원인을 짐작해 볼만한 몇 가지의 가능성은 존재했다. 단순한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인 것인지 아니면 비행당시 그 지역에 군사훈련이 있었던 관계로 혹시 아군의 오인 사격에 의한 실수나 적국 테러단체에 의한 고의적인 행위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FBI와 CIA를 통한 철저한 조사 끝에 비행기의 연료탱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서 단순한 사고에 의한 것으로 종결짓기에 이른다. 그러나 비행기 폭발사고를 목격한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사고가 아닌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고의적인 격추가 분명하다면서 당국의 발표를 결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정부는 대다수 목격자들이 보았던 비행기의 공중폭발은 요격처럼 보이는 착시에 불과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그러면서 향후 사건의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그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용납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그리고 그렇게 의문의 여지를 남긴 채 5년의 세월이 지나게 된다. 한편 당시 사고를 잊지 않기 위해 5주년 추모식에 참가했던 FBI의 케이트와 그녀의 남편 존 코리는 그때의 사건에는 무언가 분명 석연치 않은 점이 있으며, 그렇다면 과연 정부의 어떤 세력이 사건의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 그 실체를 밝혀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암암리에 조사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인식하게 된 정부 관계자는 그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게 되고, 존 코리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5년 전 수사과정의 허점을 찾아 은폐된 진실의 행방을 찾아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비행 중에 폭발한 항공기 사건과 관련하여 사고원인을 감추려는 CIA내부의 권력자와 누군가에 의해 감추어진 진실을 밝혀냄으로서 사회정의의 실현을 추구하려는 존 코리 형사의 끈질긴 추적의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전개되는 줄거리의 내용자체도 무척 재미있게 느껴지지만, 이와 아울러 정의와 진실이라는 단어가 지닌 진정한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주목된다. 작품 속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나오는 여러 기사들 중에서 스포츠 경기의 결과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말라는 항간의 우스갯소리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를테면 정부차원에서의 어떤 정책이나 문제가 될 만한 이슈가 크게 대두되게 되면, 으레 사회 안정이라는 근거를 들어 자칫 반대되는 여론의 조성을 무마하려고 하거나 또는 정책 시행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의도적인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면밀하게 생각하면 그러한 일련의 시도는 사안에 따라 어느 정도 인정은 한다하더라도 국민으로서 알고자 하는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차원에서의 위해가 될 만한 요소로 간주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극히 자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바로 그와 같은 문제와 연결 지어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독자들에게 적잖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넬슨드밀의 작품은 매번 대하게 될 때마다 항상 변함없이 느껴지는 것 중 한 가지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으로 답답했던 무언가를 뚫어주는 것 같은 시원스러움이 전해져 온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결말부분에서의 부분이 조금 아쉽게 다가오는 면이 없지 않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풍부한 서사와 치밀한 구성에 의해 점차 고조되는 스릴이 압권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장르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