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키스 매드 픽션 클럽
존 렉터 지음, 최필원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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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말하기를 인생이란 딱히 이렇다 할 정답이 없는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합리론을 비판하며 실존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덴마크의 종교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냐 혹은 저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에 있다고 했다. 누구나 대개는 합리적인 선택을 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감당하지 못할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으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관점의 시각에서 만약에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느와르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관계로 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러나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자국 내에서는 이미 상당히 주목받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통해 어떤 면에서 그런 호의적인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 독자들이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을 읽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큼 스릴러로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감상의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은 생각이다. 아울러서 이번 작품의 국내 출간을 계기로 작가의 후속 작품들이 조만간 소개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따라서 스릴적인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에 한 번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결혼을 눈앞에 두고 있는 두 남녀가 과거의 고통스럽고 쓰라린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자동차로 먼 여정의 길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이들은 목적지를 향하던 중에 휴게실에 잠시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우연하게 만난 한 남자로부터 일정한 장소까지 차를 태워주면 충분한 사례를 하겠다는 뜻하지 않은 부탁을 받게 된다. 이들은 낮선 히치하이커의 제의가 그리 탐탁하지는 않았지만 적잖은 돈을 선불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그의 몸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 불편해 보인다는 동정심에 의해 흔쾌히 수락하고 함께 길을 나서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후이변으로 폭설이 쏟아지면서 더 이상의 운행이 불가능했고, 설상가상으로 그들의 차에 타고 있던 동승자가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악화되면서, 도로 근처에 있는 모텔을 찾아 잠시 머물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짐을 모텔로 옮기던 과정에서 히치하이커의 배낭에 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거액이 담겨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고민 끝에 이 거액의 돈을 몰래 빼내어 도주하기 위한 은밀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폭설이 빨리 그치기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거의 죽은 것으로 확인 되었던 동승자는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었고, 한편 이미 모텔에 머물러 있었던 몇몇의 사람들은 두 남녀와 동승자의 관계에 무언가 의심스러운 점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이후 이들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이 소설은 거액을 손쉽게 손에 넣게 된 두 남녀가 폭설에 의해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겪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선 작품의 발단이 되는 배경설정에서 오는 긴장감의 분위기는, 추리물을 접해본 독자들이라면 여타의 작품에서 한 번쯤 보아왔던 작가의 다소 의도적인 면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막상 책의 줄거리를 따라 가다보면 그런 익숙함보다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의 흐름과 제한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긴장감의 여운, 그리고 중간 이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의 스릴러물이 주는 재미를 한껏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중반 이후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전개의 과정은 쉽게 이해되지 않을 만큼 이도저도 아닌 허무한 대단원으로 끝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그 부분에서 인간의 탐욕에 따른 도덕적 가치관과 연관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양심의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둘 수는 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한다하더라도 이미 고조된 긴장감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급격하게 식어버리는 것과 동시에 스릴러로써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의아함을 넘어 불편해 보이기까지 하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 순간의 섣부른 판단은 그 자체로 단순하게 끝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독자를 대신하여 선택의 문제를 두고 하나의 가능성 있는 상황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스릴의 묘미는 물론이고, 간접적으로나마 탐욕을 향한 인간의 그릇된 행동에 대한 일깨움과 같은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잠시 동안만이라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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