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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김용규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생활의 일부로 자리하면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시대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와 같은 정보혁명은 오래전 인류역사로부터 누적되어 왔던 폭넓은 지식의 보고를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습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 혜택에 대한 보편적 형평성은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로의 적응에 보다 빠르게 만드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SNS의 활성화로 인해 정보와 지식의 증가가 날로 확대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할 문제는 정보혁명이 언제나 순기능적인 이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지식의 폭증이 우리의 지적수준을 향상시키고 세계관을 확대시킨 것은 분명 하지만, 그러한 지식에 기대어 사고의 능력을 정체시키는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으며, 한편 지식의 수명이 급속하게 단축되어버리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본다면,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과거에 대학이란 곳은 생각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무언가를 탐구하고 창조하는 학문의 장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그곳은 단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취급된 지 오래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지식의 일방적인 공유가 가져온 문제점을 극명하게 대변하는 하나의 예가 아닐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정보혁명으로 불거진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획기적인 지식의 내용을 창조하며, 마침내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사고능력을 고취하는데 그 방법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문학적 지식의 함양은 물론이고, 자기계발 향상이라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적잖은 도움을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 속에는 정보혁명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요인을 수용하되, 반면에 그것으로 촉발된 정보지식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짚어보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지식을 향한 사고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 근본적인 방향이 상세히 제시되어 있어 주목된다. 저자는 먼저 학습을 통해 그동안 축적된 지식을 어렵지 않게 습득하고 그것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결정하는데 익숙해진 오늘의 시기를 지식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방향의 전개는 머지않아 곧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으며, 설사 이러한 체계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인류역사가 퇴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지식위주의 고착화 된 시각에서 벗어나 사고에 중점을 두는 생각의 시대가 열려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사유능력을 제공해주었던 생각의 도구를 구축하게 되면서, 무려 2,5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누적된 지식을 만들어 왔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를 기반으로 오늘의 형편에 맞게 새로운 생각의 시대를 열어 가는데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말하기를 인류가 탄생시킨 모든 문명의 내용에는 하나 같이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와 같은 생각의 도구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이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러한 생각의 도구들은 이미 쌓아놓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과 판단을 하는데 그 기반이 되어 줄 것이며, 향후 인류문명의 진보를 위한 합당한 지식을 생성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정보혁명을 전후로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모습은 한 눈에 봐도 두드러질 만큼 판이한 차이를 보인다. 저자가 서두에서 지적한대로 그동안 우리는 과학기술발전에 따른 정보와 지식의 확산이라는 혜택으로 말미암아, 이에 안주하면서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며 지내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면 이대로 무관심하게 지내는 것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서서히 잃어가면서, 마치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 폰을 작동하여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그것에 의존해 사는 세대를 엄지세대라고 비유했던 프랑스 철학자 미셰 세르의 이야기를 빌어, 이러한 경향이 새로운 인류로의 진화를 가능케 하는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는, 스스로 생각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기존의 정보와 지식에 철저히 의존하는 행태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이는 언젠가 우리를 퇴보하게 만드는 하나의 징후가 될 수 있음은 지적하고 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유의해볼만한 내용으로 여겨진다. 물론 일부 독자들은 이런 저자의 주장에 대해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난무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유연하고 구조적인 사유능력을 해내고 있다고 우리 중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시대적 경향에 따라 점차 단순해져가는 우리의 사고적인 능력을 어떻게 하면 합리주의적인 방향으로 극대화 하여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지 않나 싶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계기로 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창의적 사고의 기틀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지혜의 산물이 되는 유용한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