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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 오늘을 위해 밝히는 역사의 진실
김태훈 지음 / 일상이상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국내에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과 관련한 영화가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그에 대한 영향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임진왜란의 시기에 그의 해전 역사와 연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듯하다. 물론 이러한 시류적인 흐름의 분위기는 그리 오래지속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학교 교과서나 역사서적들을 통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이미 배워온바 있다. 그래서 그 시기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으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대략적인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당시의 사건을 기록해놓은 실제의 역사서를 토대로 그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제후 도요토미가 정명가도를 명분으로 조선사회를 거의 붕괴적인 상황까지로 몰아갔던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지금까지 많은 역사학자들에 의해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연구들이 이루어져왔다. 그런 이유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대체적으로 일치적인 의견을 보인다. 그렇지만 같은 역사의 내용을 두고도,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 체감의 정도가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그 평가 역시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임란시기에 있었던 일부 역사의 내용은 자칫 의문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지가 있으며,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간에도 이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당시의 역사내용을 상세하게 언급해 놓은 여러 역사서를 기반으로 그 진의를 파악하는데 집중조명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임진왜란의 전반적인 과정을 두루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면 이순신 장군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하겠다. 임란 시기에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와 3도수군통제사로 있으면서, 그의 첫 해전이 되는 옥포해전에서부터 최후의 전투가 되는 노량해전에 이르기까지의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무인으로서의 강직한 삶을 살아온 그의 개인적인 인생사를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주목되고 있는 점은,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난중일기를 비롯하여 선조실록, 징비록과 같은 역사서의 내용을 토대로, 불필요한 오해의 부분을 불식시키고 아울러 다양한 의견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공감할 수 있는 방향에서 그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를테면 조선과 일본의 7년 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 종 6품의 정읍현감으로 있던 이순신장군이 수차례에 걸친 사간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여 무려 7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승진이 가능했는지를, 또한 이순신 장군이 조정의 전투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과 연관하여 백의종군의 운명을 맞게 된 그 직접적인 원인과, 더불어서 이순신 장군이 2차 출동에서 처음 등장하는 거북선에 대한 내용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들을 폭넓게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책 속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수적으로 첨가된 그림이나 참고내용은, 당시의 역사를 보다 생생하고 깊이 있게 다가설 수 있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의미에서 이순신 장군의 전투는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의 내용은 한편으로 임진왜란이 진행되었던 시기의 조선지배세력들의 행태와 비교하여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정치현실에 대한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일깨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세계해전사의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전투 내용의 전반적인 내용을 두고, 어떤 이는 용장이나 지장, 덕장이라고 말하기도 하며, 또 다른 이들은 이러한 것을 모두 합친 하나의 완성된 인격체로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동안의 역사적 기록으로 보아 국가에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던진 무인으로서의 그의 충성스러운 삶이 그만큼 입체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가 일본의 수군과 격전을 펼친 23차례의 전투는, 그 자체로 어떠한 허점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승리였다는 사실을 아마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명량해전은 다른 어떤 해전보다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순신의 실각으로 통제사의 자리에 오른 원균은, 조정의 명령이라는 권율의 지시아래 칠전량 전투에서 대패함으로서 거의 궤멸에 가까운 조선 수군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은 고작 12척이라는 약소한 전력으로 무려 30배가 넘는 일본의 수군을 대파함으로서 조선을 삼키려했던 일본의 침략적 야욕을 일시에 잠재워버렸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돌입한 명량이라는 영화는 바로 이러한 내용을 다룬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인기의 원인은 영화에 대한 작품성이 상당했거나 혹은 혼신을 다한 배우들의 열연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늘 우리가 맞닥트린 정치사회의 현안과 관련하여, 이순신과 같은 위대한 인물이 다시 한 번 등장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의 마음이 조금은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이순신에 대한 치적을 나열하는데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진면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이를 본받고자 함에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누구나 살아가다보면 때로 참기 힘든 고통의 시기를 맞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해결의 키워드는 이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인가 하는, 자신과의 신뢰에 따른 실천적 의지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 속에 드러난 이순신 장군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서 그의 행적과 정신을 기리는 것은 물론, 그의 고결한 삶이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인생에 긍정적인 방향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