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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ㅣ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마크 트웨인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평점 :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가리켜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라고 할 정도로 그 문학적 위상과 가치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경우 오래전 학창 시절에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책 페이지가 언제 넘어갔을까 싶은 정도로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푹 빠졌었던 것과, 마치 내가 작품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다양한 상상력을 품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로 오랜 만에 다시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작품 줄거리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헉과 흑인노예이던 짐이 우연하게 만나면서 이런 저런 모험담을 펼쳐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입되는 감성의 흐름과 함께 느껴지는 재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듯하다. 사실 책의 내용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냉정하게 이를 바라보자면, 일부에서는 지나친 가정폭력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 때문에 가출을 감행하게 되는 한 소년의 좌충우돌하는 철부지 같은 모험담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예제도가 엄격하게 시행되었던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알다시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오늘날 누구나 한번 쯤 읽어봐야 하는 필독서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한때 걸핏하면 거짓말과 욕설을 일삼는 주인공 헉의 결코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이 작품 속에 수시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인 차원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의해 거의 금서에 가까운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고착화 되어버린 인종차별에 대한 편견의 극복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추구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그 감상의 포인트를 맞춰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주인공 허클베리 핀이 더글러스의 아주머니의 집으로 양자로 들어가 생활을 하게 되지만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한편 양육에 아무런 책임을 가지지 않는 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보호는커녕 무차별적인 학대를 피하고자 무작정 집을 나오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다행히도 며칠 전 늦여름 집 근처 미시시피 강물에 떠내려 오게 된 주인을 알 수 없는 카누를 손에 넣게 되었던 헉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카누를 이용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의 없는 미시시피 강가의 무인도로 건너가, 전에는 결코 누리지 못했던 그만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생활도 잠시,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무인도에 누군가의 흔적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행적의 주인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마을에서 노예의 삶을 살아가던 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움을 표하며 이후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는 계기를 맞는다. 한편으로 마을은 헉과 짐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에 대해 누군가에 의한 납치인 것인지 아니면 살해된 것인지 하는 의혹과 함께 주변을 수색하는 소동을 벌인다. 이러한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헉은, 그렇지 않아도 마음 한 구석에 마을풍경이 그립기도 했고, 또한 마을을 떠난 후 어떤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마을 근처에서 몰래 잠입했다가 우연하게도 자신들이 머무는 무인도에도 조만간 수색이 펼쳐질 것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그리고는 서둘러서 살림도구를 챙겨 짐과 함께 또 다른 곳으로 정처 없는 여행길을 재촉한다. 이후 이들은 뗏목과 카누를 이용해 미시시피의 강줄기를 따라 이동하면서 낮선 이방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만큼의 놀라운 경험을 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미국 현대문학의 문호이자 풍자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에 의해 1884년에 발표되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줄거리의 내용이나 등장인물에서 보듯, 10년 전 즈음에 이미 발표된 톰 소여의 모험의 후속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서문을 찾아보면 소설 속에 그려진 대부분의 내용은, 자신이 실제로 경험을 했거나 혹은 그의 주변 친구들이 겪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작품의 내용을 조금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언급하자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마크 트웨인은 자유주의자이면서 인종차별과 제국주의를 혐오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독자들이 작품 속 줄거리를 읽어 가다보면 그 이면에 그의 그러한 사상적 관념이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은연 중 의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 속 이야기는 미주리 주의 미시시피 강의 강변을 따라 낮선 지역으로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 주인공 헉과 짐이, 필연적으로 맞닥트려야 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사실 중심인물에 대한 백인과 흑인의 우정적인 형태의 조합은 다소 이례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내용 속에서 이들은 때로 갈등을 일으킬만한 소지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결코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끝까지 서로를 신뢰하며 협력하면서 수차례의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위선적인 어른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교훈적인 메시지는 물론이고 사회고발적인 성격이 드러나 있어 의외의 시사점을 독자들에게 제공해 주지 않나 싶다. 따라서 필독서로 여겨질 만큼 워낙 지명도가 높은 작품이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읽었을 만한 소설로 여겨지지만, 혹시라도 아직까지 이 작품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고 평등하고 자유로움을 지향하고자 했던 마크 트웨인의 지나온 생애와 관련하여, 이 작품이 지닌 문학적 위트와 풍자를 즐겨보는 유익한 시간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