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백년법 (상,하) :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
야마다 무네키 지음 / 애플북스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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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늙지 않고 청춘의 몸으로 무한한 생명을 누릴 수만 있다면, 아마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이해하려는 우리의 관념적 바탕에는 그런 신체의 상태가 되었을 때, 단순히 젊음이 주는 활기차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같은 막연한 기대에 따른 행복감이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알다시피 인간은 주어진 환경이 어떠한가에 따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나 신념이 때로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막상 그와 같은 이상적인 현실을 마주한다하더라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 각자 받아들이는 그 체감은, 애초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은 그런 논점의 연장선상에서 미스터리적인 부분과 SF의 요소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늙지 않고 젊은 상태로 100년 동안의 삶을 유지하게 한다는 다소 독특한 소재의 설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사실 얼핏 들여다보면 이 소설은 미래에 대한 상상 속의 가설적인 상황을 담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선입견적인 괴리감을 느끼기가 쉽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따라 가다보면 그런 느낌 보다는, 인간에 대한 본성에서 기인하는 사회 부조리의 문제와 정치권력과 관련한 다양한 모순점을 파헤치는 등의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시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작품 전반에 걸쳐 생동감 넘치는 빠른 전개와 치밀한 구성, 그리고 등장인물들에 의해 펼쳐지는 갈등과 반전의 묘미는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감상의 포인트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스릴적인 요소와 공상과학의 내용이 흥미롭게 다루어져 있는 이 작품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1948년 일본이 미국의 원폭투하로 전쟁에서 패망하여, 그들에 의해 지배를 받으며 새로운 공화국으로 탄생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는 HAVI라는 기술이 도입되고 난 후, 거의 1세기가 지난 2048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이 새로운 기술은 개발될 당시만 해도 누구나 젊음을 잃지 않고 영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로 인해 원활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점차 늘어나는 실업의 문제와 그에 따른 범죄의 증가로 인해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부작용의 확대로 불안한 현실을 맞게 된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일본 정부는 시술 받은 지, 100년이 지난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예외 없이 강제적으로 생존을 마감시키는 고육지책의 법안을 마련하게 된다. 그 결과로 오랜 시간동안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이 법안에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상대적으로 이미 100년의 시기에 다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로 이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표면화 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런 이유로 일본 정부는 생존제한법이라는 법적 제도장치의 시행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마침내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그런 과정에서 내무성에서 설치된 생존제한법 특별 준비반에 근무하는 유사 아키히토는, 설사 일부 사회문제가 초래된다하더라도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 어떻게든 법안이 통과되어야 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법안은 국민에 의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부결처리 된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자살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테러가 발생하는 등의 생각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소설은 의학의 발달로 인해 HAVI라는 놀라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누구나 20대의 모습으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시대가 도래 했다는, 조금은 생소하면서도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에 대한 한 단면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HAVI라는 기술의 도입으로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남으로서 희망적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사회를 유지해왔던 여러 제도들이 급격하게 붕괴되면서 절망 속으로 침잠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생존제한법이라는 법의 시행을 앞두고 기득권 세력들 내에서도 이를 밀어붙이려는 자들과 반면에 저지하는 세력들 간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음모와 배신의 행태들이 벌어지고, 한편으로 국민투표로 잠시 부결되었지만 권력이 바뀌면서 본격적인 법의 집행이 시작되자,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외지로 몰래 잠입하여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되면서 정부를 전복하려는 과정이 스릴감 있게 펼쳐져 있어서 장르물이 주는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그런데 작품을 통해서 다른 무엇보다 독자들이 주목해 볼 것은, 이 소설의 내용이 표면적으로는 픽션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 이기주의에 따른 사회 부조리의 문제와 연관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통찰해 볼 수 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생존의 문제와 결부되는 가족의 해체나, 인간생명에 대한 존엄, 그리고 정치권력의 중요성까지 오늘 우리 사회에서 중요시 되는 핵심적인 사안을 곰곰이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 소설이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낼 만한 다양한 요건을 갖추기는 했으나, 의외로 본격적인 추리적인 부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서 혹시 추리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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