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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백과사전 - 고대부터 인간 세계에 머물렀던 2,800여 신들 ㅣ 보누스 백과사전 시리즈
마이클 조던 지음, 강창헌 옮김 / 보누스 / 2014년 7월
평점 :
신의 존재는 인류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해왔고 할 수 있다. 인류사의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은 스스로의 특유한 상상력을 통해 신비로운 세계를 구상하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만들며 표현하기를 즐겨왔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서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성장하여 사회적 가치와 규범에 의거해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제약이나 관습을 뛰어 넘는 이상적인 사회로의 갈망을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그러한 일면을 두고, 사회를 초월하는 보다 완벽한 사회와 그에 상응하는 인간의 존재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종교적 행위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종교란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보는 사람마다 그 시각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어서 한마디로 규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대개 궁극적인 실재자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믿음의 행위에서 축적된 경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500년 동안 종교철학자들의 주된 관심사 중에서 한 가지는 유신론의 신 개념이었다. 그리고 유신론에서의 신은 전지전능하고 선한 초월적인 영적 존재자로서 이해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종교적 차원에서의 신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다양한 신의 형태는 그러한 설명과는 거리가 있는 신들도 상당히 많다. 또한 오래전 과거에는 주로 신비한 자연의 산물이나 현상과 관련한 것에 어떤 영적 주체를 귀속시키는 식의 신의 모체에 대한 범위가 확대되어 있다고 한다면, 점차 시대가 발전하면서부터는 인간적인 특성을 가지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형태로 변모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마다 존재했던 거의 모든 신들에 대한 세부적인 기록을 담아내고 있어서, 독자들이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여러 신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 속에는 고대문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 200여개의 다양한 문명권에 걸쳐, 인간에게 숭배의 대상이자 절대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2,800여 신들에 대한 인류문명사의 실질적인 내용이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규정하는 신의 모습은,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도 인간과 구별되는 하늘이라는 관념적인 바탕에서 생성된 우상적 인물들을 말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 예언자 무함마드와 같이 반신반인으로 여겨지는, 즉 사멸할 운명이었다가 천상의 지위를 얻게 된 인물이라든지, 악마나 신화적 영웅으로 여겨지는 인물에 관한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신들은 거의 예외 없이 어느 날 문득 홀연히 출현한 것이 아니며, 그들의 존재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들은 천천히 진화하기도 하고 더 오래된 기존의 신이나 여신의 특성에서 유래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서로 다른 이질적 문화들이 부딪쳐 한쪽 방향으로 흡수되거나 병합될 때, 비슷한 역할을 보였던 신들은 대개 대체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신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사자료가 부족한 탓에, 어떤 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신으로 숭배를 받게 되었는지 그 정확한 시기를 규정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흩어진 자료들을 근거로 하여 각 시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존재로 고려되는 신들에 대하여, 그 기원과 시기 그리고 별칭과 이들의 역할까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일례로 삼국지를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알 수 있는 관우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는 중국의 토착종교인 도교 판테온의 가장 강력한 신으로, 서기 300년 무렵부터 중국 전역에 걸친 숭배의 대상으로 꼽힌다. 엄격하고 충성스러우며 성실한 이미지 때문에 홍콩에서는 지금까지도 경찰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으며, 한편으로 많은 중국 사람들에게는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경외적인 인물로 간주되고 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대부분의 신들이 총망라되어 있어서 독자들이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전 세계의 문명권에 존재했던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신의 실체를 접할 수 있다. 물론 획기적인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과거 신들에 의지하던 숭배와 믿음의 영역은 오늘날 점차 감소해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독자들은 비과학적이고 현실과 괴리된다는 이유로 관심을 뒤로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문명 속에는 비슷한 유형의 신들이 동일하게 때로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모든 두려움에 대한 공포를 신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신들의 모습에서 당시의 종교나 사회문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적잖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흔적이 담긴 거의 모든 문화의 그 밑바탕에는 언제나 숭배의 대상이 되는 많은 신들이 있었고, 이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신의 존재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부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들 각자 선택의 몫이다. 다만 인류의 문화 안에 이처럼 많은 신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볼 때, 우리가 단지 경전이나 신학을 통한 종교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삶에 위안과 지침이 되는 신들의 모습을 바로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작업이자 인류의 역사에서 잃어버린 부분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종교적 차원에서 신의 모습을 접근하는 것이 아닌, 문화인류학적인 시각에서 신의 존재를 고찰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