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파이트 - 애플과 구글, 전쟁의 내막과 혁명의 청사진
프레드 보겔스타인 지음, 김고명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불과 2년 전에,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커다란 경제적 이슈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미국의 최대 휴대폰업체 애플사가, 삼성이 자신의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일이다. 그 결과로 당시 애플사는 배심원으로부터 삼성이 애플사에 무려 10억 달러가 넘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유리한 평결을 얻어낸바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특허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 소송은, 이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결국 삼성과 애플사는 최근에 이르러 국제무역위원회의 판정에 대한 항고를 나란히 취하하면서 별다른 내용 없이 조용히 끝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당시만 해도 이 분쟁의 결과가 어떻게 판명날 것인가에 관해 세기적인 주목을 이끌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애플사는 이 분쟁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한 꼴이 되어버렸다. 이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많은 관계 전문가들은, 애플사가 이 소송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구글과 같은 경쟁업체를 따돌리는 것과 동시에, 그동안 이루어 왔던 휴대폰시장에서의 우월한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인 방편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분쟁의 원인을 두고, 보는 이들마다 여러 견해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이 거의 예외 없이 지적하는 것은, 애플이 단순히 삼성을 향한 특허도용의 문제로만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근거로 애플과 구글이 한때 서로의 이익을 위해 친밀한 협력관계를 이루어왔지만, 휴대폰사업과 관련하여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그동안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고 마침내 대결구도로까지 이어졌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당시 그러한 분쟁의 원인이 되었던, IT업계를 장악해온 애플과 구글의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 패권다툼의 실상과, 이를 토대로 앞으로 예상되는 IT산업의 미래를 폭넓게 조망하고자 했다.


IT업계는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주도 아래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하여 세상에 내놓음으로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이후, 새로운 지각변동이 도래했음을 미루어 짐작 가능케 했다. 이에 따라 저자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왔던 애플과 구글에 주목하면서 이 책에 대한 기획을 오래전부터 구상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동안 애플과 구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오늘의 위치에 설 수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애플과 삼성과의 분쟁의 이면에, 어떤 일들이 진행되었는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더 나아가서는 아이폰으로 촉발된 미디어 기술의 격변과 안드로이드로 가속화 되는 기능의 확대로 인해, 앞으로 예측되는 기업들의 이합집산과 관련한 향후 업계의 흐름 전반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저자는 우선 애플사가 아이팟과 아이튠즈로 음악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에, 기존의 컴퓨터를 대신할 수 있도록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그 전후사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 볼 것은, 당시 한계에 부딪친 기술개발 여건과 개발자들의 인식을 뛰어 넘어, 그동안 소비자들이 요구해왔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스티브 잡스의 신념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검색시장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경쟁을 벌였던 구글에 관한 것인데, 구글은 이 경쟁에서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 오르면서, 애플사와는 별개로 통신사와 휴대폰제조사와 연결하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휴대폰사업에 뛰어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휴대폰 사업과 관련하여 애플과 구글이 어떠한 부분에서 플랫폼의 차이를 보이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애플과 구글이 친밀한 협력관계에서 벗어나 경쟁관계로 탈바꿈 하는 과정에서, 삼성과의 특허논쟁에 대한 내용을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그리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기의 보급대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품들이 이전에 비해 확대된 기능을 갖추게 됨으로서, 향후 영화, 도서, 게임, TV 프로그램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끝 부분에는 이러한 부분과 관련해서 서로가 한걸음 앞서 가기 위해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의 제품개발의 추이와 마케팅 전략과 같은 다양한 면들을 집중 조명하여 분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로 정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구글은, 현재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를 아우르는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다른 산업과의 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팀 쿡이 그 자리를 이어 받으면서 지속적인 매출신장을 보이고 있기는 해도, 그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이 없지 않다. 그래서 IT업계에서는 구글이 애플을 제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고, 저자 역시도 그러한 흐름으로 진행될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은연 중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서 삼성과 구글이 지금은 협력적인 체제를 이루며 상생하는 구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 애플사와 구글이 보여 왔던 관계의 변화에서 보듯이, 현재 휴대폰 제조회사에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이 계속해서 이러한 추세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움직임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애플과 구글이 첨예한 대립을 벌이면서 이전투구 해왔던 사실들을 흥미롭게 엮어내면서, 냉혹한 비즈니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읽는 재미가 상당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IT산업의 구조가 어떤 형태로 바뀌어 갈 것인지는 그 누구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기업들 간의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디지털 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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