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별안간 아씨 - 전2권 별안간 아씨
서자영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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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속담 중에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다면, 세계사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지나간 역사에 대해 만약이라는 가정을 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과연 그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했다면, 당시 역사의 내용은 어떠한 방향으로든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지나간 오랜 역사 속에 그 세부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더러는 어느 특정한 사건과 관련해서, 이랬다면 하거나 저랬다면 어떠했을까 싶은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그때의 일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질 만큼 안타까운 상황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받아들여지곤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조선 세종의 시기에 한글을 창제되지 않았거나, 선조 때 이순신이라는 훌륭한 장군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또는 효종이 북벌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여 그것이 실제로 실현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랬다면 아마도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이유로 독자들이 역사팩션을 읽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역사의 단면을 잘라내어 그것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고, 한때 우리의 과거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반성하는 과정에서, 향후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을 때, 조금은 더 나은 결과를 모색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조선 정조의 시기에 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내 독자의 눈길을 이끌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와 연관하여 당시의 시대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그 시기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문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역사팩션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긍정적인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일독해보기를 권해본다.


조선 후기의 시대에 여러 부분에서 개혁에 기치를 내걸었던 정조의 시기를 배경으로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 이 작품의 시작은, 한 여인의 기막힌 운명에서부터 기인한다. 청렴하고 강직한 선비로 소문이 자자한 어느 사대부 집안의 노비로 살아가던 작품 속 주인공 덕이는, 시집을 가라는 부모님의 성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과 같은 노비의 운명을 더 이상 후대에 물려주기 싫다는 단호한 결심과 함께 우물에 몸을 던지는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영특한 두뇌와 학식을 가졌지만, 서얼이라는 신분제도의 한계로 좌절해 한량으로 전락하여, 자신의 기구한 삶에 회의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무의미 하게 살아가던 형수는, 덕이가 막 우물에 빠지려는 순간을 우연히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게 되면서 이들은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맺기에 이른다. 한편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자신을 가까이에서 적극 지원해주는 세력을 모으기 위해 세자라는 신분을 속이고 인재를 물색하기 위해 수시로 잠행을 시도 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만나게 된 형수의 인물 됨됨이를 보고 흡족해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각기 다른 상황에서 기묘한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이 세 사람은, 훗날 엄청난 일대의 사건에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기에 이른다. 서얼허통법을 통해 능력 있는 서자들을 관직에 등용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정조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되어 비밀리에 진행되는 이 거대한 음모는, 다름 아닌 노비신분이었던 덕이를 요조숙녀로 만들어, 좌의정의 아들에게로 시집을 보내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 때, 생각지 못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이 무모한 계획을 기반으로 작품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을 드리운 채, 결코 독자들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전개되는 작품 속의 이야기는 사실 어찌 보면 조금 의아스럽고 황당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의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져 있는 이 작품은, 그 내용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적인 요소를 통한 재미도 재미지만, 다른 무엇보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하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 그래서 그와 관련하여 작품 속의 사건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조선의 여러 왕들 중에서도 정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해보면 정조는 자신에 아버지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과 연관지어, 왕권을 회복하기 위해 노론 세력들의 권력 집중 형태를 견제하기위해 서얼출신을 대거 등용했었다는 것은 인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신분제도라는 봉건주의 시대의 악습에 따른 남녀차별의 문제와 그리고 양반으로 통칭되는 기득권 세력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내용들을 소설 전반에 걸쳐 이를 부각시키면서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작품의 내용 중에, 주인공 덕이가 자신의 위태로운 목숨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분세습에서 오는 불합리와 불평등을 토로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작품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감미롭게 펼쳐낸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정조 시대의 있었음직한 정치적인 일면을 다룬 역사소설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두 가지 관점에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따라서 비루하고 천박한 노비의 삶을 살아야가야만 했던 한 여인의 운명이 파격적으로 다루어지는 이 작품을 통해, 역사팩션의 묘미를 한껏 즐겨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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