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권력 - 자기-경영적 주체의 탄생과 소수자-되기
사토 요시유키 지음, 김상운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누군가의 손에 쥐어진 권력은, 법에 의해 정당하게 행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떤 이유로든 간에 함부로 남용되어지거나 불합리하게 다루어진다면 그것은 곧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결국 그 권력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우리는 한때 군사독재라는 무소불위의 통치 권력을 경험한바가 있기에, 사실 권력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물론 과거에서처럼 그와 같은 무지막지한 권력을 이용한 통치 방법의 이게 거의 실현이 불가능해졌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권력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또 언제 그런 일이 터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과거 권력의 형태와 관련하여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푸코는 감시와 처벌이라는 그의 책을 통해 권력의 미시적 분석이라는 방법에 의거해 규율권력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바 있다. 그가 말하는 규율권력이란 사회 속에 편재하는 학교, 공장, 감옥, 병원과 같은 규율장치들이, 개인들에게 규범을 내면화시킴으로서 순종적 주체들을 계속해서 재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규범화에 기초한 복종한 매카니즘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극심한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저마다 공공부문의 축소와 규제완화, 그리고 시장원리가 중시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함에 따라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되었고, 이러한 사조는 아직까지도 꾸준히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우리를 지배하던 권력의 모습도 이러한 세계기조에 맞추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오늘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통치의 결과가 현재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 있으며, 또한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저항의 방법을 신중하게 모색해보고자 했기에, 독자들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저자는 책 속에서 푸코가 주장한 논거에 따라 1970년대의 통치의 본질은, 복지의 영역을 떠받치는 규율장치들이 사회의 거의 모든 곳에 배치함으로서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면, 오늘 우리의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모든 방면에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시장 원리를 이용한 국가의 개입주의가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개입이 경제 과정 자체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형태가 아니라, 법적 제도적 틀에 대한 개입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권력주체는 개개인 앞에 놓여있는 환경, 또는 이를 작동하게 하는 규칙을 설계하여 권력 행사의 최적화에 그 목적이 있고, 저자는 이를 환경 대입 권력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국면을 경쟁으로 유도하면서 빈부차이의 확대를 통한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우리 개개인들은 자기의 리스크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자기경영의 주체를 형성하게 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면 가차 없이 사회 바깥으로 내던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사회 양극화나 사회 불안정성이 한층 확대된 것이, 결국 어떤 순간에 힘으로 메우려 하는 주권 권력의 강화와 폭력적 억압으로 회귀하는 양상으로 점철될 것을 예견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권력현상에 대한 저항의 기법으로, 권력으로부터의 명령을 거절하고 자신을 다른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자기 변용의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을 독자들에게 피력한다. 아울러 저자는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위해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을 인용해, 그 안에 제시된 자기 파괴와 공허를 초래하는 자살의 도주선을 피하고, 다양체로서의 고른 판을 창조할 수 있는 기관 없는 신체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과, 소수자-되기라는 개념에서의 탐구를 통해 사회적 배제 메커니즘 대한 저항 전략을 구성할 수 있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세계경제악화를 극복한다는 명목 하에 1970년대 후기부터 선진 자본주의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은, 그 시작의 취지는 좋았으나 그동안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고, 마침내 2008년 미국 발 국제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그 종말을 예고하고 있지만 작금의 현실로 볼 때, 이는 여전히 지속중인 것으로 보이며 한동안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거의 모든 사회구조가 경쟁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신자유주의의 기조는 결국 우리 실생활의 전반을 바꾸어 놓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민간으로 이양하는 문제와 그리고 규제 완화나 시장원리에 충실하려는 경제정책을 이유로, 신자유주의를 고전적 자유주의로의 회귀현상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지만, 이 책은 그러한 관점과는 조금은 그 틀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서두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신자유주의란 시장 논리를 바탕으로 이를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를 철저하게 관철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그러한 사회적 현상과 관련하여 이 책에서 논하고자 한 것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권력통치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한편으로 이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이러한 권력의 형태에 대한 저항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독자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이 책에는 푸코에서 들뢰즈와 카타리 그리고 주디스 버틀러에 이르기까지 구조주의 이후에 나타난 현대 사상과 접목하여, 저항전략을 위한 견고하고 객관적인 논리를 뒷받침함으로서, 권력 메커니즘의 그 핵심적 내용을 명확하게 들여다보고 이에 저항하기 위한 활로를 찾고자 했기에, 독자들이 신자유주의에 따른 권력의 실질적인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현대정치철학에 대한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듯하다. 다만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연관하여, 아무래도 이와 관련한 철학의 충분한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저자가 제시한 저항전략에 대한 그 해법을 얻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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