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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14년 4월
평점 :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관하여 깊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단순히 부나 권력 혹은 명예가 주는 이해관계가 얽힌 인위적인 것에 인생의 최종 목적을 두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삶에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본연의 의미를 찾아 이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삶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얻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 하는가 아닌가의 차이는, 하나의 작은 미물이나 사물을 관찰하는 자세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우리는 오늘도 저마다의 영역에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향해 숨 가쁘게 앞만 보면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한 행위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마음의 양식이 되었는지는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왔던 간에 거울을 비추어 자신의 내면에 모습을 들여다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지를 잠시만 돌이켜보자. 어떤 이는 행여나 의식적으로 스스로가 부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불안과 걱정의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어제도 그저께도 그랬듯이 자신의 생활에 아무런 의욕도 느끼지 못하면서, 그저 살아야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의미한 하루를 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부분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주어진 자신의 인생을 주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 원인은 결국 성숙한 자신을 위한 철학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행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지혜로운 철학의 방식을 알려주고 있어 눈길을 이끈다. 따라서 살아가는 것에 때로 무력감을 느껴 우울해지거나,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 이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변화의 시간을 한번 가져보면 좋을 듯싶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철학의 한 방편은 바로 걷기다. 걷는 것이란 그 누구의 도움이 없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동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 무겁게 자신의 어깨를 짓눌러왔던 일의 속박이나 습관의 굴레를 모두 내려놓고 가볍게 산책 하듯이 자연을 벗 삼아서 걸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무엇도 자신을 제한하지 않는 자유를 맛보기도 하고, 바깥세상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 볼 것을 조언한다. 그렇다 보면 문명이 만들어 낸 각종 기계들의 시끄러운 잡음도 없고, 사람들의 다툼의 소리도 없는 잠깐 동안의 고독의 시간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어느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자신만을 위한 충만한 침묵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걷기를 통해 어느 정도 평안한 상태에 놓이다 보면, 그동안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 안에서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얻음과 동시에,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에너지를 채우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타인으로부터 오는 오해에서의 혼란스러움과 신체적 고통의 압박을 단순히 걷는 것으로 해결했으며, 오히려 사유의 폭이 확대되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에게는 세 번의 위대한 걷기의 체험이 존재했으며, 문학가평론가이자 철학자인 발터 벤야민은 도시를 한가로이 걷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러한 걷기가 있었기에 융합의 심연 속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것으로 성지를 찾아 참배하는 순례자들의 행위나, 간디의 비폭력불복종 운동도 바로 걷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은 물론이다.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빠름이라는 것이 어느새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빨리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처럼 빠른 것을 요구하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게 되고 답답한 것으로 간주한다. 물론 빠른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 빠른 것만을 강조하다보면 우리에게서 여유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게 마련이고, 특히 무엇을 하든 깊이 관조하는 기회를 놓쳐버리기 쉽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걷기의 철학이란 그런 빠름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걷는 것은 무척 단순해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걷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어느 순간 닫혀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마음이 열리게 하고 생각이 트이게 하며 또한 몸을 일깨우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때로는 마치 높은 산 위에서 속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 같이, 자연 속에 자신을 편안히 내버려두고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두 발은 땅에 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기를 해보는 것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어쩌면 책을 보거나 돈을 버는 것보다, 오히려 걷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음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서 보듯이 많은 철학자와 문인과 사상가들은 걷는 것으로 자신만의 굳건한 철학을 정립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이 없는 상태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하게 산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철학이 없는 삶은 대답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공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철학이란 우리에게 있어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저자가 주장하는 걷기를 실천함으로서, 주어진 시간 안에서 삶을 보다 열정적으로 향유하고, 또한 자유롭고 풍요로움이 동반된 철학적 사유의 즐거움을 얻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