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일본 - 일본 뒤에 가려진 또 다른 삶을 만나다
데이비드 스즈키 & 쓰지 신이치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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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일지는 몰라도 마음으로는 결코 가깝게 여겨지는 나라는 아니다. 그것은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과 같은 과거 일제치하에서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저질렀던 수 없는 만행들에 대한 역사적 과오들과, 아직까지도 독도와 관련한 영토문제의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전쟁을 일으키고도 버젓이 신사참배와 같은 몰염치한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좋은 감정으로 다가서기에는 조금 꺼려지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시각과는 달리 오늘날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을 바라보는 인식은 어떨까. 일본은 한때 자신들이 부르짖었던 제국주의 침략정책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계기로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면서, 굴욕적인 패배와 더불어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그들의 입은 막대한 피해로 인해 그 여파는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코 쉽게 복구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경제를 아우르는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일본의 이와 같은 결과를 두고 그들의 근면성과 절약 그리고 사무라이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부분과 관련하여 일본에 대하여 다원적인 부분을 찾기 힘든 획일적이고 순응적이며, 속마음이 있어도 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다소 경직된 사회가 아닌가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독자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일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를 이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눈에 띄었던 것은 저자들의 태생적 이력이다. 한 사람은 일본계 캐나다인이며 또 한사람은 한국계 일본인으로, 이들은 환경운동가로 여러 활동을 해오다가 일본을 드나들게 되었는데, 오래전부터 은연 중 획일적이고 순응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에 이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결국 오늘날 서구인들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수동적인 일본인의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부 수긍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동안 일본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다양한 사회적 움직임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어 이채롭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오키나와인, 아이누족, 윌타족등과 같은 일본의 토착민들은 오랜 시간동안 일본의 핍박과 압제라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에 관심을 표하며 소수민족의 아픈 현실이 실질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또한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과거 봉건제의 잔재 중 하나로 남아 있는, 당시 천민으로 취급되어 있던 부라쿠민에 대해 바뀌지 않는 일본인들의 인식과, 혼혈계로 태어나 일본에 거주하는 자이니치나 니케이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을 두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이에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 책은 남성에 헌신하는 전통주의 여성상을 거부하고 남녀평등과 여성의 권리는 되찾고자하는 일련의 모습들, 그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살아가고자 녹색민주주의 운동을 펼쳐가는 크고 작은 모임들이 있음을 이야기 하면서, 외부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용기를 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본의 핵심적인 미덕 중 하나는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순응하는 자세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이러한 미덕으로부터 오는 혜택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주어져야 한다고 인식되어왔다. 물론 이러한 미덕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러한 미덕이 하나의 사회통념으로 자리하게 됨으로 생기는 문제는, 개인적인 특성이 존중되지 않고 무시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변화를 추구하려는 일본의 젊음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정치를 냉소적으로 보게 되고, 상대적으로 보수화가 고착화되는 경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결국 일본의 이러한 정치사회적 모습은 서구인의 눈으로 볼 때,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이질적인 모양으로 비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인식은 쉽게 고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저자는 이 부분과 관련하여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일본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공동체와 관련한 여러 역동적인 움직임들을 확인하여줌으로서, 또 다른 일본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과 더불어 이를 계기로 향후 변화된 일본의 모습을 희망하고 있는듯하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일본에 대하여 과거 역사의 문제로, 혹은 패전이후 그들이 이루어낸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유로 피상적인 부분만을 보아왔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러한 시각에 제동을 걸어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일본에서 태동되고 있는 여러 변화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그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 이러한 다양한 모습들은 언젠가 그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그러한 변화의 양상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접한 이웃국가들에게도 이전에 비해 획기적이고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하나의 좋은 계기로 작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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