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의 죽음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3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추리와 관련한 장르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일본 작품들의 경우 정교한 트릭을 중심으로 한 내용의 전개가 흥미롭다고 보면, 북유럽의 그것은 예측하기 힘든 미스터리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전개된 구성상의 조화가 돋보이지 않나 싶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최근 북유럽의 장르작품들이 대거 국내시장에 유입되면서, 이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선태의 폭이 이전에 비해 한결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덴마크 자국에서는 물론, 뉴욕타임지와 영국 BBC에서 극찬을 받은바 있는 니나보르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강렬한 임팩트와 압도적인 긴장감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추리스릴러물이라 여겨진다. 이 시리즈물을 읽은 독자로서 여타의 추리물과는 다르게 이 소설만이 지닌 특징일까 싶기도 하고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줄거리 전개과정에서 사건을 본격적으로 풀어가는 독특한 개성이 느껴지는 형사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며, 전개 내용에서 독자가 예상치 못하는 신선한 트릭이 장치되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미스터리 스릴러물로서의 손색이 없을 만큼 드라마틱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장르작품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장르의 주요요소가 되는 일부의 부분을 과감히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연성 있는 스토리의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만으로도 얼마든지 한편의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마음 한편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조금은 낮선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이 작품이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의 선택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었으면 싶고, 앞으로도 이러한 유형의 작품들이 자주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 작품은 1990년대 경제의 몰락과 공산당 1인 독재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번지기 시작한 동유럽혁명의 결과로, 소련연방이 해체되기 이전 우크라이나 지역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의 주인공 나타샤 도로셴코는 빼어난 미모 탓에 공산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불우하고 암울한 시골 환경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유명한 칼럼니스트로 부유한 생활을 하는 청년과의 행복한 결혼의 꿈을 이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자신의 결혼이 얼마나 무모하고 바보 같은 선택이었는지 깨닫고, 자신의 아이와 함께 덴마크로 망명하게 되면서 난민캠프에서 딸과 함께 고독하고 가난한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새로운 약혼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가 자신의 딸을 성추행 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죽이려다가 체포되어 실인미수죄라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후 2년간 모범적인 죄수로 복역하던 중에, 그녀는 오래전 발생했던 자신의 남편과의 문제로 우크라이나 경찰의 심문요청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과감한 탈출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덴마크라는 낮선 나라에서 나타샤는 불행한 자신의 과거사를 뒤로하고 난민캠프에 남아 있는 자신의 딸을 데리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하지만, 그녀가 한때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우연히 알게 된 모종의 일들이 결국 그녀의 꼬리표로 작용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결국 과거 자신의 남편에게서 우연히 비밀스런 일을 알게 된 그녀와,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를 쫓는 우크라이나의 경찰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전개되는 작품 속 이야기는, 독자들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은 니나보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에 해당되지만, 각 작품마다 개별적인 사건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어서, 독자들의 입장에서 이를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시리즈에서 특별히 눈에 띠는 것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서사적인 부분이 상당히 중점적으로 다루어져 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사건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작품을 읽다보면 마치 역사 추리물을 보는 것과 비슷한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러한 흐름의 스릴러물 구성이 나름 괜찮다고 여겨지지만, 단순명료한 논리와 트릭의 묘미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그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이에 따른 평가도 큰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와 과거라는 두 개의 흥미진진한 서사가 교차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사전에 미리 제시해놓고 독자들로 하여금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그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있다. 그리고 전편들에서 보는바와 마찬가지로, 결말 부분에 가서야 비로소 거의 반전에 가까운 놀라운 사실들이 펼쳐져 있어서 긴장감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하나의 뚜렷한 특징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간호사 역할을 하는 니나의 캐릭터가 생각보다 괴리감 있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물론 그녀의 그러한 행동이 과거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일종의 트라우마에 기인한다고는 해도, 사건정황에 맞지 않는 오지랖 넓은 행동들을 볼 때, 이는 오히려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의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져서 다소 불만스럽다. 니나보르 시리즈는 우리 사회의 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식을 일깨울 정도로 고발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그래서 스릴러의 재미는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어 ,추리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읽어볼만 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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