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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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하 일수도 있겠으나 가끔은 한번쯤 이런 생각들을 해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혹은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나에게는 왜 없는 것일까 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는 그러한 생각이 점점 자신을 옭아맨 나머지 결국 초라하고 비참하다고 느끼게 될 때,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고 자조 섞인 푸념들을 더러 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런 부질없는 생각에 대해, 혹자는 세상을 너무 무임승차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은 다소 부정적인 눈초리를 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청춘의 시절에는 으레 그렇듯 누구나 오래전부터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꿈을 실현하는 날을 희망하고 기대하며 살아간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청춘을 두고 사계절의 봄에 빗대어 마치 희망찬 미래가 펼쳐지는 기회의 계기가 될 것이라 하고, 또 다른 누구는 오늘날처럼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는 청춘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으레 당연한 것처럼 별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우리에게 닥치는 현실은 그들의 말처럼 결코 희망적이지도 않고 가볍게 넘길 만큼 그리 녹록치도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은 누군가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직면한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으며, 그것이 설사 자신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향후 현실을 타개할 가능성의 여지를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데 있어 현실이 고통스럽거나 다시 일어날 용기를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동기부여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주인공 인주가 봉고차를 타고 서울의 여러 지역을 돌며 상가수첩을 배부하는 프리터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는데, 그 내용이 마치 사실처럼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일부 이야기의 경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 인주는 한때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집의 딸이었지만, 엄마의 부주의로 사기를 당한 뒤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든 아르바이트 생활에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다. 대부업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보증인으로 나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되었음은 물론, 한 순간에 풍비박산 된 집안의 사정으로 대학을 그만 두어야 했는데 그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르바이와 같은 일용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때로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냉담한 현실에 분노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한편으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였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위안과 용기를 얻으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며 살아간다. 이 작품은 비록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펼쳐진 그 내용이 허구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게 되는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작품의 이면에 가혹하고 힘든 청춘의 시기를 보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당신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계 경제 성장의 둔화와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른 영향인지는 몰라도, 시간이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의 편차는 커지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치열한 경쟁의 구도가 형성됨으로서, 우리들의 삶이 예전에 비해 더욱 팍팍해져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보니 요즘 너나할 것 없이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시기에는 대개 어떤 연령층에 관계없이 모두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아마도 가장 어려운 입장에 처한 사람들은, 이제 막 자신의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하는 청춘의 세대들이라 여겨진다. 해마다 인상되는 등록금 부담에 허덕여야 하고, 비좁은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등의 남모를 고통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오늘을 그들은 감내하며 살아가야 한다. 또한 사회 구조상 그들 중 일부는 그러한 경쟁의 대열에 낙오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의 사회는 그들이 처한 입장을 만족스럽게 대변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못한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 갈 것이다.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이러한 이들에게 이렇게 답하고 있다.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그리고 절망적이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살아갈 충분한 목적과 이유가 있게 마련이며, 그것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소설은 힘든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작은 용기와 아울러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들이 펼치는 오늘의 분투적인 삶이 향후 자신의 미래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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