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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나름대로 신실한 믿음이나 신념이 있어 어느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종교를 터부시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때로 나약하고 어리석으며 불완전하기에 이를 조금이라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종교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인 입장의 편에 가깝다고 해야할듯하다. 기독교 그러니까 개신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나의 기억으로 어린 시절 친구를 따라서 교회를 갔었던듯하고, 그나마 종교로서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인식하게 된 것은 학창시절 미션스쿨에 입학하고서부터 채플시간을 통해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때에도 성경을 정독해보거나 혹은 기독교의 역사의 흐름을 살펴본다든지 하는 것은 없었다고 해야겠다. 단지 비종교인이 알고 있는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예수의 삶에 대한 대략적인 부분을, 그것도 수박 겉핥기식로만 알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오다가, 이 책을 우연히 알고서 읽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조금은 생경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고, 특히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예수의 삶을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구나 하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상당히 이채롭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 예수의 생애와 관련하여 우리가 알아왔던 거의 대부분의 책들은 주로 신학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통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유대교 역사의 과정에 나타난 여러 사실들과, 당시 역사적 사료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예수의 모습을 모색해보고자 했고, 상세한 분석과 함께 이유 있는 충분한 설명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예수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독자들이 당시 시대 흐름에 따른 유대교의 변화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새로운 내용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수는 기독교인에게 있어서는 인류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와 무관한 사람들의 눈으로는 어떤 관점의 기준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사회 개혁가나 정치적 욕망을 지닌 혁명가, 심지어 퇴마사와 비슷한 주술사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하기를, 여러 가지 역사적 내용과 당시의 여러 사료를 종합해 볼 때, 예수를 오늘날의 정치적 목적과 의식을 가진 혁명가의 모습과 비슷한 부류의 인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이를 위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논리의 근거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 내용이 일정 부분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해서 주목을 이끈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대체적으로 유대교가 걸어온 당시의 시대적 배경상황을 들고 있다. 예루살렘을 포함한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이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유대인들에게 신성시 되었던 성전이 로마인들에 의해 불태워지고 잔혹한 폭압이 지속되자,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당시 예언자나 메시아라고 자처하던 많은 인물들이 등장했었다고 한다. 이들은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이방의 주인을 섬기지 않으며 하느님의 주권에 무조건 헌신을 의미하는 젤롯이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신념으로, 로마인에 협력했던 유대인을 죽이고 로마로부터 성전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체포되어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예수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당시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전에 여러 번 시도되어 왔던, 로마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유대인들의 필사적인 저항운동과 비교해 별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결국 예수도 젤롯의 정신을 내세운 일종의 민중세력을 통한 정치개혁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에는 이외에도 성경과 관련하여서도 4대 복음서의 이야기는 예수의 가르침과 초기 기독교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앙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인 서술이 있다는 점과, 또한 실질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예수라는 인물의 탐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의 기독교의 모태가 되는 유대교의 형성과정을 상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예수와 연관하여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 되는, 예수의 형인 야고보와 예수에게 세례를 주었던 요한, 그리고 예수가 죽고 부활한 뒤에 등장하게 되는 사도 바울이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부분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독자들에게 있어,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독교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역사의 사실이나 논리적인 접근이 힘든 성서의 신앙적인 내용은 가급적 배제하고 사료를 통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예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판단해보자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 책이 조금은 특별하고도 매력 있게 읽혀지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예수가 신앙적인 대상으로 간주되어 왔다고 한다면, 그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인간 예수의 모습을 추축해보면서 그의 사상이나 가르침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책 저자의 이야기를 얼마만큼 공감할지 혹은 신뢰할 수 있는지는 바로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서, 또 다른 모습의 예수를 구현해보고자 했다는 것과, 그리고 기독교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다루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