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2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많은 장르소설들이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유명 작가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보면, 최근 북유럽의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며 많이 등장하고 있음을 볼 때,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지극히 환영할만한 일이라 여겨진다. 또한 이러한 현상과 관련하여 바람직하게 생각되는 것은, 이처럼 많은 작품의 유입을 통해 기존의 작품에서는 체감할 수 없었던 독특하고 참신한 볼거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일부 작품들의 경우 오늘 우리 사회의 여러 불편한 진실들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구체화하여 지적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이 소설 역시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 작가에 의해 발표된 작품으로, 국내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작품의 소재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것이어서, 추리나 장르 쪽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관심을 가져볼만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괜찮게 보이는 점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 전까지 그 결말이 가늠하기 힘들만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데다가, 시종일관 스릴 넘치는 줄거리가 전개되어 있어서 장르소설로서 갖추어야 할 대중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은 소수자들의 현실을 과감하리만치 적나라하게 펼쳐냄으로서, 그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이 여러 언론이나 문단에서 극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여 진다.


작품의 줄거리는 터마스라는 헝가리 집시 소년이 구소련이 해체되고 난후, 당시 주둔해 있던 소련군의 부속건물들 잔해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이후 소년은 다른 집의 양아들로 가버린 자신의 친형이 거주하고 있는 대학교 기숙사를 찾아가, 그곳에서 형의 컴퓨터를 이용해 누군가와 비밀스런 접속을 하게 되고, 마침내는 형의 지갑을 뒤져 여권을 훔친 뒤 유유히 사라진다. 한편 덴마크 국내에서는 곧 있게 될 정상회담 준비로, 혹시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대테러에 대비해 대외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과 동시에, 최근 모 사이트에서 암암리에 무기 밀매와 같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 배후의 추적에 나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추적과정의 결과로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터마스의 접속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파악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터마스의 친형 샨도르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덴마크 정보국 경찰에 의해 그의 컴퓨터를 압수당하고 체포되어 뜻하지 않은 심문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작품의 본격적인 사건의 움직임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적십자사 난민캠프 소속의 간호사 니나가 덴마크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난민을 돕는 과정에서, 난민 아이들과 니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질병에 노출되면서부터다. 작품 속 이야기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무언가 몰래 일을 꾸미고 있는 터마스와,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체포되었지만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동생이 현재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동생을 찾아 나서는 샨도르, 그리고 순수한 인류애로 가난한 난민을 돕다가 생각지 않은 피해를 입게되는 니나, 결국 이들 세 사람이 겪게 되는 일들이 시계톱니바퀴처럼 서로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크게 확대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단편 그 자체로 감상하는 것도 괜찮긴 하지만, 이 작품이 <니나 보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해서, 독자들이 전개된 내용을 조금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출간되었던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이라는 작품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듯하다. 우선 이 작품은 사건의 전개과정에 따른 섬세하게 서사의 과정과, 사건의 결말이 쉽게 예측되지 않는 가운데 강렬하게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놀라운 반전까지 그 면면이 모두 인상 깊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 사건의 배경이 오늘 우리의 사회에 흔히 나타나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따른 비인격적인 행태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며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어서 예사롭지 않은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반면에 본격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장황하여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지 않나 싶고, 또한 일부 등장인물들의 행동묘사의 경우를 보면 너무 작위적이어서 공감하기에는 조금은 역부족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따라서 이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독자들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그 내용 이면에 작가가 강조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부분을 감안해서 읽어본다면, 충분히 스릴 있고 의미 있는 줄거리의 전개과정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자본주의 병폐가 제대로 개혁되지 않는 불편한 사회일수록,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발현되지 못하는 문화가 지속되는 경우, 범죄의 사각지대는 한층 넓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은 범죄 내용을 중심으로, 그 바탕에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더불어 우리의 그릇되고 편협적인 인식의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읽어볼만한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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