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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1 ㅣ 스토리콜렉터 20
마크 헬프린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가끔은 현실과는 조금 다른 세계로의 삶을 한번쯤 꿈꾸게 마련이다. 그것이 과거나 미래로의 시공간을 뛰어넘어도 좋고, 또 지금과 같은 유사한 현실이라도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 상상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문학은 어쩌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문학은 우리의 상상력의 세계를 한층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적향상을 위한 하나의 바람직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선택은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고전이나 스테디셀러와 같은 유명작품들을 찾아 읽어 보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작품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이 소설은 1983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이전의 여타 작품들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다소 색다른 줄거리가 펼쳐져 있어서 주목해 볼만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독특한 시각과 신선하고 화려한 문체를 기반으로,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아, 미국 내에서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최근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되면서 많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아무래도 작품성과 관련한 내용의 충실도를 생각한다면 영화보다는 원작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작품의 이야기는 19세기 말, 미국으로 이주를 원했던 부모를 대신해 우여곡절 끝에 홀로 뉴욕이라는 대도시에 정착하게 된 주인공 피터레이크의 파란만장한 삶이 전개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어느 습지 지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 주인공은, 이리 저리 떠도는 거리의 부랑아로 전전하다가 쇼트 테일 갱단에서 생활을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정으로 이들을 배신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갱단의 추격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지만, 뜻하지 않은 백마의 출현으로 가까스로 탈출하는데 성공을 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항상 잠재되어 있던 자신의 원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인생에 마지막 도둑질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어느 대저택의 금고를 절도하는 과정에서 그는 결핵으로 인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베버리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이 두 남녀는 마치 과거의 시절에 연인이었던 것처럼 서로가 첫눈에 반하면서 급기야는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한때는 갱단이었고 도둑으로 생활을 연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혼만큼은 아름답고 맑았던 주인공은, 결코 늙지도 않으며 남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뉴욕이라는 도시가 겪는 흥망성쇠의 경우처럼 그의 인생도 유사한 형태를 같이하며, 소설 속 이야기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흘러간다.
이 소설은 여타의 다른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독자들은 감상할 수 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나타나있는 화려하고 섬세한 문장과 다양하고 현란한 은유적인 표현들이 그렇고, 더불어 등장인물이나 그 배경묘사에 있어서도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문학적 상상력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또한 이 작품의 줄거리를 보면 그 내용이 사실주의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다가, 그 흐름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지배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환상주의 문학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또 다른 이면의 감상 포인트가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작품을 읽다보면 그 내용이 사실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새 환상의 한 가운데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로 여겨진다. 작품에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성장과정에 맞추어, 이 도시를 주 무대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삶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인물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적으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이는 작품의 여러 소재중 하나가 되는 정의를 부각시키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를 구체화시킴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그 가치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작품성을 지닌 대부분의 문학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쉽게 읽혀지지 않는 조금은 난해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점은 줄거리 전반에 나타나는 비유와 상징적인 표현들이 조금 과다해서 여겨지는 것도 있지만, 특히 중간 중간 독자의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줄거리의 구성과정도 독자의 입장에서 용이하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러 가치 측면에서 읽어 볼만한 가치 있는 내용들이 많다. 자유와 정의,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 그리고 숭고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소재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광범위하게 다루어지고 있는데다가, 그것이 진정 의미하고 있는 내용들을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서 진지하게 대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불어 뉴욕이라는 도시로 중심으로 오묘하고 매력적이며 그러면서도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가의 수려하고 감성적인 문구들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게 만드는데 충분하고도 남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문학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문학을 좋아하는 이러한 현상은 분명 독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읽어야 하는가에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때때로 쉽지 않은 독자의 선택에도 자유로울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라면 이 작품에 눈길을 건네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