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 이기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실천윤리
피터 싱어 지음, 노승영 옮김 / 시대의창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사회가 근대를 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는 혜택을 주었는지는 몰라도,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면 소득불균형에 따른 양극화나,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점과 더불어 황금만능주의나 극단적 이기주의가 점차 만연되어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제법 커져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러한 지적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을지언정,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개개인의 노력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의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처럼 가볍게 넘겨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부분과 관련하여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것은, 현재와 같은 부정적이고 암울한 사회 분위기가 지속될수록, 우리 개개인의 삶은 너나 할 것 없이 더욱더 피폐해질 것이며, 아무런 희망도 찾아보기 힘든 고통스러운 미래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종교의 역할이나 정치이념, 혹은 사상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러 수단이나 방법들이 동원됐지만, 오늘 우리의 현실로 보아 그것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사회가 서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이루는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기를 진정으로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개개인마다 그저 단순한 생각에만 머무르기보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타적인 자세에서 그 실천적 방법의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실천적이고 윤리적인 삶이 자기 자신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무엇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그 구체적인 방법을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모색해 보고자 했다. 우선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중에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져버리면서까지 정의를 부르짖거나 윤리적인 삶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보다, 불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아무런 가책이나 수치심도 느끼지 않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용이나 불이익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자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오늘날처럼 점점 삭막해져가는 우리의 이기주의적인 사회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관을 돈이나 명예, 권력과 같은 좁은 곳에서 찾기보다, 그 시야를 확대하여 넓은 세계관에서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그동안 우리의 윤리적인 삶을 저해하는 여러 부정적인 요소들이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음을 예의주시하고, 또한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실천적 윤리에 대한 시각이 때로 곡해되어 우리의 가치관을 혼란시키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반박적인 논증을 통해 그 과정에 어떤 오해와 그릇됨이 있는지를 여러 실제 사례와, 종교적, 철학적 이론에 근거한 다양한 내용을 바탕으로 독자로 하여금 충분한 공감을 일으키게 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있어, 유익한 교양도서로서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특히 우리들이 윤리적인 인생관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될 때, 자기중심의 이기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보다 더 깊은 만족과 더불어 긍정적인 생활의 활력소를 제공한다는 그의 논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내용으로 여겨진다.


불과 몇 년 전에 발생했던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들이 심한 몸살을 앓아왔고, 그러한 근본적 원인은 개인의 탐욕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으로 심기일전해야 함에도, 여전이 과거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데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러한 삶의 가치나 목적보다는,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더불어 살기 위한 윤리적 삶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하며 중요한지를, 그리고 그러한 실천적 삶이 우리의 사회를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새로이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자본주의 병폐와 연관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 하나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그것은 국내 모 대학 대자보에 실린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글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 내용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감을 표하며,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왔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내며 여전히 이슈화 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열풍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그러한 행위의 진의가 어떻든 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 자체로, 우리의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상당한 사람들이 그러한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사회의 미래가 그리 절망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리적 삶을 실천하는 가치 있는 인생은 우리들 모두에게 분명 존경받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의 눈에는 굳이 그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조롱 섞인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이점은 어쩌다가 우리의 사회가 이렇게까지 변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이익을 얻어 볼까하는, 개인적 이기심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한 세상은 자기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연민의 손을 먼저 내미는 아주 작은 행위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삶의 궁극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음과 동시에, 이제부터라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 함께 참여했으면 싶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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