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책들이 출간되는 가운데에서도, 어떤 유행이나 트렌드에 관계없이 독자들에게 꾸준히 선보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추리나 스릴러의 요소를 흥미롭게 다룬 장르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런 경향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하는 독자의 마음을 충분히 흡족하게 만드는 작품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일부 몇몇 작품들의 경우를 보면, 독자들로 하여금 애초 가졌던 호기심과 기대감을 무참히 뭉그러트려 생각지 못했던 반감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장르작품을 대하는 독자들마다 그 선호도가 각기 다르고, 같은 작품을 두고도 이에 따른 평가 역시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좋은 작품들은 어떤 예외도 두지 않고 으레 독자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마련인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작품도 그런 범주에 넣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접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 이유는 장르작품을 선택하게 될 때, 유명 작가의 작품을 먼저 살펴보게 되는 일종의 습관 같은 선입관이 있어서, 이 작품의 작가 이름이 우선 낯설기도 했고, 또한 최근 일본 추리물들을 접하면서 예전만큼의 기대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그런 나의 부정적인 예상을 단번에 뒤집어 버릴 만큼,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제공해 주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과 견해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협한 시각일 것이라는 우려감이 없지는 않다. 그래서 이 작품을 접하는 여타의 독자들 중에는 나의 생각과는 다른 상반된 의견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격추리와 관련한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대체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들이 많지 않을까 싶기에, 이 작품을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 작품은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볼 때, 본격적인 추리의 부분과 흥미로운 법정스릴러라는 크게 두 가지의 틀을 동시에 갖춘 조금은 색다른 장르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두 가지 흐름에 따른 구성상의 요소를 바탕으로, 기대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작품 속 이야기의 시작은, 작가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꿈꾸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획기적인 방법을 통해 유명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누군가의 의도적이고 달콤한 유혹이 제시되면서부터 출발한다. 사실 주인공은 오래전부터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작가로서의 화려한 생활과 명성을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삼류작가의 불과하다. 그런 자신에게 어느 날 누군가에게 제안된 획기적인 방법은, 그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그 방법의 내용은 무모하고 실행하기 힘든 일이어서 그를 잠시 주저하게 만드는데, 유명작가가 되기 위해 하나의 시련일 수도 있다는 자기 합리화로 결국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에 순순히 응하게 된다. 그러나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순간의 그릇된 주인공의 선택은, 이후 그로 하여금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혹독한 낭패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만다. 마침내 빠져나갈 퇴로가 없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각본에 의해, 주인공은 최소한 무기징역이라는 형벌을 결코 피할 수 없는 곤란한 처지에 직면하게 되는 암담한 상황까지로 치닫는다. 하지만 그런 그의 앞에 우연하게도 한명의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다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베일에 감추어졌던 놀라운 일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사건의 실체가 수면 위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이 더해지면서도, 여러 측면에서 의외의 흥미로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대개의 경우 기존의 많은 추리작품들이, 그 추리의 장치과정을 보통 결말부분에서 다루고 있다고 보면,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사건의 그 상세한 내막을 시작부터 모두 공개하면서도, 시종일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할 정도의 긴장감과 흡입력 있는 가독성을 갖추고 있다. 또 하나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을 법정스릴러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본격추리의 작품으로 봐야할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하나의 작품 안에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았다는 점도 특이할 만하다. 더욱이 이 작품은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 전개과정에서, 우리의 법제도는 물론이고 경찰의 수사과정 그리고 언론보도와 관련한 잘못된 문제점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은연 중 드러내어 오늘 우리 사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 역시도 눈여겨 볼만한 긍정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른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은 오랜만에 보기 드문 괜찮은 소설을 읽은 것 같다는 흡족함이 있다. 이 작품은 본격추리의 요소와 법정스릴이라는 요소의 부분을 조화롭게 결합시켜, 독자로 하여금 장르를 읽는 그 본연의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의미심장한 작가의 메시지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가 될듯하다. 따라서 추리장르나 법정스릴을 즐기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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