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명강 서양고전 - 대한민국 최고 지성들의 위대한 인생수업 인문학 명강 시리즈 2
강대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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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돌이켜보면 대학시절에 나는 내 삶에 대한 진지한 열정이랄까, 혹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다운 고민의 자세를 취해본적은 별로 없는듯하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때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한 취업경쟁에 매몰되어 있기도 했고, 그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주어진 모든 것을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해나가면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나이를 한 살 먹어갈 때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선택이, 정말 나 자신을 위한 현명한 처사일까, 혹은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와 같은 물음에, 문득 내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일들이 점차 많아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그러한 질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하여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고전읽기다. 물론 고전을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면 느꼈을 테지만, 고전은 그 내용이 때로 복잡하고 난해하여 쉽게 다가서기가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수학의 공식처럼 그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나 해답을 알기 쉽게 정의해놓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고전을 찾아 읽어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심지어 최근 들어 CEO들 사이에서까지 고전을 통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고전을 통해 정체된 우리의 자아를 일깨우고, 보다 나은 성숙한 인격형성에 도움을 얻으며, 삶에 지혜를 깨우치는데 고전만 한 것이 없고, 또한 인생에 값지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고전으로부터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에 다가서기를 주저하는 독자들을 위해, 그리고 고전을 통해 인문학적 배움을 얻기 위한 독자들에게 있어 참고할만한 유용한 도서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인문학 부흥을 위해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주최한, 국내 최고 석학들이 강연하고 토론하는 독서프로그램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어서 주목을 이끈다. 그래서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서양의 여러 고전들 중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명저들을 두루 살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책이 독자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소개된 서양고전에 대한 세부내용과 설명을 국내 대표 학자들의 입을 통해서 생생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전해들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핵심적이고 가치 있는 인문적 소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고전을 통한 인문학의 방향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분류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데, 우선 그 하나는 바로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책은 이에 대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통해,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삶을 찬미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숙고하지 않는 삶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의 진정한 의미를 독자들은 음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명저를 남긴 니체의 능동적인 허무주의사상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진정한 의미를 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어떠한 방향으로 개척할 것이며 이를 위한 무엇을 추구하고 노력할 것인가이다. 현대인의 삶은 어떻게 보면 어쩌면 이방인의 삶과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카프카의 변신은 우리들이 흔히 겪게 되는 자신의 정체성과 소외된 삶으로부터 탈출구를 발견할 수 있고, 셰익스피어 햄릿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인간은 언젠가 죽게 되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는, 실존적 삶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사회를 돌아보면, 주로 모든 것이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서 작동되고 해석되었음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인문에 대한 중요성은 어느덧 사라지고 결국 알맹이가 없는 허울적인 존재로만 남게 되었다. 물론 효율과 효용을 우선으로 하는 경제의 논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물질적 생활이 풍요로워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을 우선시하는 인문학을 소외시킴으로서 오늘 우리의 사회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 대학은 학문의 탐구하는 곳이 아닌 직업양성소가 되어가고 있고, 우리의 인간관계는 다분히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것으로 바뀌었으며, 그로인해 더불어 살아가려는 공동체 의식이 없는 삭막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일부에서 인문학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고전은 분명 인문학을 이해하고 접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수단이자 도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독자들이 고전을 읽고 싶어 하면서도,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서양의 고전 중에서 고전을 소개하면서도, 무엇보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해볼 수 있으며, 더불어 그 속에서 인문적 소양을 배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교양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남이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개척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하여 인간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한다. 따라서 고전으로의 접근을 시도해보고 싶은 독자들이나, 혹은 인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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