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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붓다의 십자가 - 전2권
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평점 :
개인적으로 책을 통해 독서의 시간을 즐기면서도, 사실 팩션이라는 장르를 접하게 된 작품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팩션과 관련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점은, 그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역사의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역사를 통한 다양한 상상력을 일깨워준다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에 팩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팩션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등장해왔다. 그래서 이제는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심과 기대가 조금은 식어갈 법도 한데, 현실은 그것과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는듯하다. 그것은 아마도 팩션이라는 장르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고 반복만을 거듭하는 정통 사극이나 역사소설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흥미의 요소를 아낌없이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사실 우리들이 흔히 보아왔던 기존의 역사소설들은, 역사의 사실을 토대로 당시의 시대상을 되새겨보고 그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조명해본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팩션의 경우 어느 특정한 역사의 내용을 두고,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새로운 관점에서 가능성 있는 여러 상황들을 적용해보고 재해석함은 물론, 한층 확대된 역사의 세계를 음미해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 보아도, 나름대로의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이 작품의 경우에도 그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볼만한 작품이라 여겨진다.
우선 이 소설은 그동안 기존의 많은 팩션작품들이 대부분 대중적 흥미의 요소에 맞춰져 있다고 본다면,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조금 더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팩션만이 가지는 신선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줄거리의 전개는 물론이고, 작품 전반에 종교와 철학 그리고 역사를 아우르는 폭넓은 내용을 심도 있게 펼쳐내고 있어서 팩션의 또 다른 면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라 여겨진다. 이 작품은 고려 중기에 들어서 무신들이 정변을 일으켜 강력한 독점적 권력을 잡은 이후, 최충헌이 죽고 그의 아들 최우가 고려를 이끌어 가던 시기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면 고려 고종의 시기에 몽골의 침입을 시작되었고, 고려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수도를 강화도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대몽항쟁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려 현종이 거란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해 조판한 대장경 판목이 몽고군에 의해 소실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최우는 전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처의 힘을 빌고자 15년에 걸쳐 팔만대장경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그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이 한편 특이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내용에 불교와 기독교의 결합이라든지, 대장경의 소실의 문제와 관련하여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흐름의 전개과정도 놀랍지만, 그 바탕의 이면에 독자들로 하여금 종교의 본질을 위시한 철학과 인문학적 사고의 깊이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작가의 세밀한 역사고증을 거쳐 펼쳐지는 놀라운 서사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는 것이 눈에 띤다. 그래서 독자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관점에서의 감상 포인트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무엇보다 작품의 내용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워갈 것인지 혹은 가치 있는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철학적 물음에 그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하듯, 이야기의 곳곳에 곰곰이 생각해볼만한 의미 깊은 문장들이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여타의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장점이자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작품의 성격으로 볼 때, 다루고 있는 주제가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무겁고 접근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도록 돋보이는 구성에 따른 이야기 전개 과정 역시 이 작품이 지니는 두드러진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그중 먼저 고려되는 것은, 대개의 팩션작품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도 내용의 따른 실제 역사의 사실문제와 관련하여 적잖은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불교와 기독교에 연관한 부분에 있어서도, 작가가 사전에 충분하고 치밀한 고증을 거쳤다는 것이 확연하게 다가오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 특정 부분에 관해 확실치 않은 추측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이면서도 억지스럽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밑바탕에 짙게 깔려있는 작가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기존의 어느 작품에서도 다루지 못했던 과감하고 거침없는 이야기의 설정,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작품의 테두리 안에,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문학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담아내어, 문학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런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