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인도 - 아무도 없는 그러나 누구나 있는 인도 잡화점
이상혁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자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삶이 버겁다고 느껴지거나, 무언가를 갈구하고 싶은데 그것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때, 시간을 내어 일부러 재래시장을 돌아보거나, 5일장 같은 시골의 장마당을 구경하는, 일종의 습관처럼 여겨지는 비슷한 것이 내게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특별히 찾아볼 물건이나 구매하고 싶은 무엇이 있어서 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럼에도 그곳에 가는 이유는, 장터 안에 모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의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그동안 나를 골치 아프게 했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일들로부터 해방된 느낌이랄까 같은, 한결 가벼운 기분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여정이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잠깐 동안의 마실 같은 여정인데도 그 속에 생각지 못한 생활의 충전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이제는 주저 없이 길을 나서게 될 때가 많다. 누군가는 말하기를 여행은 우리 영혼의 비타민이며 새로운 희망을 찾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여행은 아마도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바쁘게 살아온 누군가에게 행복한 휴식일 수도 있고, 살아갈 희망이 희미해졌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문득 삶의 회의가 느껴져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는 사람에게, 인생에 대한 어떤 가치 있는 의미를 부여하고 계기를 마련해주는 기반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여건이라면, 이 책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진한 감동과 재미를 담은 여행 에세이로 대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인도여행을 통해 그곳에서 보고 느꼈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생경한 풍경을 토대로, 인생에 대한 깊은 철학과 인문적 사유를 담은 에세이다. 인도라는 나라를 두고 누군가는 신비의 나라 혹은 성자의 나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행환경과 그 편의성의 요소만 생각해본다면, 사실 인도여행은 여행자에게 있어서 그리 좋은 여행지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인도라는 나라로 여행지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는듯하다. 그렇다면 여행자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배우기 위해 가려고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그 해답의 일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싶지 않나 싶다. 책 속에는 인도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의 모습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그 내용이 단순한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않는 것은,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금 겸허하게 되돌아보게 하며, 더불어 진지하고 의미 있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도의 곳곳을 돌며 그 안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그들에 힘겹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순박한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그와 연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안에는 어떤 이념도 없고 사상도 보이지 않는다. 남들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도 없으며,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짓지도 않는듯하다. 그저 오늘 하루를 아무 일없이 무사히 보냈으면 하는 평화로운 일상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저자가 안내하는 시선에 따라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때로 우리가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순수한 감성들이 어느새 일깨워지고 있음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인도사람들의 생활상을 보면, 아무래도 여러 면에서 우리의 그것과 비교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차이만큼이나 그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우리보다 덜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비례하여 행복은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하다보니 남루하고 초라한 생활을 영위해야 하고, 불편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조금은 어두운 모습일 것 같아 보이지만 사진이나 그들의 간략한 인터뷰를 통해서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는 어떤 비애감이나 좌절감도 결코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돌려 잠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경제와 실용이 강조되어지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경쟁의 소용돌이에 내몰리면서 그 피곤함과 긴장감은 점차 확대되어 가는듯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일하는 덕택으로 과거에 비해 우리의 물질적 생활이 나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로부터 혹은 누군가로부터 힐링을 받아야 할 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지 않나 싶다. 이것은 그만큼 자신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가 적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분명 독자들에게 마음 속 깊이 위안과 함께 의미 있는 힐링을 전달해 줄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타인의 삶의 자세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진정으로 배울 것인가에 있다.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이 왠지 불안하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자연에 순응하고 욕심을 절제하며 비움의 삶을 터득해가는 이 책속 인도인들의 삶에 모습을 조금만이라도 닮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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