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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
프레드 로델 지음, 이승훈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1월
평점 :
인간이 개입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 사회 속에 법이 있고, 법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회가 존재한다. 만약에 법이 존재하지 않는 어떤 사회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그 사회는 온전히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고 오래 존속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법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공동체라는 사회에 기반을 둔 법의 존재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정의를 실현하는데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사회적 가치를 사회구성원들에게 형평성에 맞게 고루 분배하여, 사회 전체에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근대 이전의 법들은, 대체적으로 군주의 강력한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처럼 국가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치주의가 자리를 잡아가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랜 일은 아니다. 법은 그동안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어느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불합리한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를 위한 일종의 사회제도적 장치로서 그 본연의 목적에 맞게 실행되어 왔다. 하지만 그 결과와 과정이 언제나 항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법집행은 엄격하고 객관적이며 형평성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법에 위배되는 어떠한 사실에 대해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이를 적용하게 될 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판결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며, 특히 법률가 개개인들의 가치관이나 이념과 같은 차이에서 오는 판결의 경우는 때로 비상식적이기도 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법체제가 안고 있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언급하고 있어, 독자들이 이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책 속에서 우선 법이란 애초 추상적인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고, 법이라는 개념 역시도 일관되게 딱히 정의하기 힘든 모호한 면이 많아서 필연적으로 그 해석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 연유로 법집행의 과정은 당연히 법관에 의한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며, 그렇다보면 결과적으로 법학은 사이비과학에 가깝고 오늘날의 법률가는 부족시대의 주술사와 다를 바 없다는 식의, 오늘 우리 사회의 법제도에 모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더불어 그는 지금까지 법률가들 대부분이 한목소리로 변함없이 주장해왔던,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분쟁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올바른 법체계의 축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이야기 대해 이는 궤변에 가까운 속임수라고 거침없는 논조로 일관한다. 그러면서 그는 법이 우리 사회에 유지 가능한 조건으로, 법은 우리 인간사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분쟁에 최소한의 수단으로 존재해야 하며, 법조문 역시 누구나 읽으면 쉽게 이해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으로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서 독설에 가까운 그의 주장들을 읽다보면 한편으로 황당하기도 하고, 일부의 이야기는 억지에 가까울 정도로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이 다소 극단적이고 과격하게 보이기는 해도, 법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그가 언급하고 있는 법제도와 관련한 여러 문제의 제기는, 단순히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의미 있는 내용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오늘날 법에 관한 여러 부분들이 시대에 맞추어 그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법은 논리적으로 흠잡을 수 없는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또한 법조문은 어떤가, 지금도 그렇지만 법률가가 아니면 그 내용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단어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법적용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안에 대해 어느 법률가는 합헌이라고 말하지만 또 다른 법률가는 위헌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분쟁의 다툼에 당사자가 되어 법정에 선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많은 비용을 들여 좋은 변호사를 고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때, 이전의 여러 선례들을 생각해보면 판결내용은 결코 똑같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그동안 사법부가 취해온 자세를 돌이켜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서 법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목적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내용들과 관련한 문제는 분명 어떤 방법으로든 개혁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일부 법학자들이나 법률가들이 법과 관련한 보수적이며 형식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지금처럼 법이 오로지 법률가들만의 전유물로 간주되기보다,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법의 운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우리의 자세와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깊이 되새겨봐야 하는 부분이다. 누구도 법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한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경우에라도 실현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률가들 스스로도 자성하는 노력을 보여야하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맹점들을 우리가 먼저 제대로 보고 이를 보완하게끔 그들에게 촉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