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피쉬 - 물고기로 보는 인류문명사, KBS 글로벌 대기획 다큐멘터리
송웅달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인류의 역사에서 물고기가 식량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인간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쉽고 더 많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지금까지 다양한 도구들과 기술들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만약 애초 물고기라는 존재가 없었다고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는 분명 상당부분 달라졌을 것이다. 지구의 70%는 대부분 강과 바다로 채워져 있고, 인간은 그 안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생존에 생존을 거듭해왔다. 이는 물고기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하나의 식량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고기와 인간이 함께한 오랜 세월의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물고기는 우리에게 있어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오늘날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물고기와 인간과의 지나온 관계들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관점에서의 인류문명사를 들여다보고 이를 고찰하고자했다. 책 속에는 지금까지 인간이 물고기 사냥을 위해 이용해왔던 다양한 기술적 방법과 그 문화를, 그리고 채집된 물고기를 어떻게 하면 오래 동안 보관하고 먹을 것이며, 어떤 흐름을 거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애호하는 음식이 되었는지 그 과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더 나아가서는 물고기가 현재 우리에게 주요한 식량자원으로 존재하지만, 언제 어느 때 갑자기 고갈될지 모를 일이어서 이에 대한 문제까지를 깊이 고민하기도 했다. 이 책은 재작년 여름, TV 다큐프로그램 슈퍼피쉬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당시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그때의 감동과 환희를 다시 느껴보았으면 싶고, 혹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없었던 독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의 인류 문명사를 들여다보았으면 싶다.



과거 원시시대에서의 물고기 채집은 단순하기도 했지만, 그 범위도 넓지 않았다. 그러나 범선의 발전과 더불어 어획에 대한 획기적인 여러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많은 어종들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부의 나라들은 여전히 기후나 지형적인 문제로 인해, 물고기를 접하는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를 잡는 그 나름대로의 방법은 존재했다. 아프리카의 대륙내부에 광활하게 펼쳐진 사하라 사막지대 인근에 말리라는 나라는, 건조기후에 속해 자연스럽게 물이 귀할 수밖에 없음에도, 물고기 채집과 관련한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이탈리아 서쪽 사르데냐 지방의 경우 산란을 위해 이 지역을 지나는 참치를 잡기 위해, 3000년 전부터 사용해왔던 함정그물을 이용한 마탄자라는 사냥법을 이용한다. 그런데 물고기 어획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모두 행해지고 있지만, 대개 후진국의 경우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 많은데 비해, 부유한 나라일수록 경제적 이득을 위한 상업적인 것이 특징이다. 물고기의 사냥은 육지에서의 사냥보다 쉽고 한꺼번에 많이 잡을 수 있지만, 반면에 금방 썩어버리는 이유로 보관에 어려움이 많았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인간은 물고기 저장에 관한 새로운 방법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방법으로 햇볕이나 바람을 이용해 물고기를 건조시키거나, 절인 생선을 뜨거운 연기로 그슬려서 익히는 훈제, 그리고 소금물에 절여서 저장하는 염장의 방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물고기를 염장하는 방법의 경우, 이집트에서 시행되었던 미라를 만드는 절차와 유사해서 아마도 이들 간에 서로 어떤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중세 이전만 해도 유럽의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물고기보다 육식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럽 전역에 걸쳐 생선이 크게 환영받았던 이유는, 종교적인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그들은 신앙적 이로움을 위해 육식을 금지하고 고행의 방편으로 생선을 먹어야 했는데, 특히 사순절 기간 동안은 법으로 정할 만큼 엄격하게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후 가톨릭의 교세는 날로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육식을 금하고 생선을 즐기는 풍습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결국 생선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많아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지금도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의 수도원을 가보면 이러한 생선수요에 대비해 그 내부에 설치된 양식장들을 볼 수 있다. 생선과 관련한 많은 요리들이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생선회다. 그런데 대부분 이 음식의 문화가 일본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음식은 원래 중국에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기원전 6세기경 공자는 날생선를 가늘게 져미어 양념에 추가해 즐겨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당시의 중국은 생선회가 일반적인 음식이었음을 추측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음식문화는 16세기 이후 유채꽃이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유채기름을 이용한 또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변화되었고, 거꾸로 일본은 이런 문화를 받아들여 오늘날 세계적인 음식이 되고 있는 스시의 나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매일 매일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한다. 그런데 오늘 당신의 식탁위에 올라오는 여러 음식 중에, 혹시 생선요리가 올라온 적이 있지 않던가. 아마도 그 종류가 각기 다를 수는 있겠으나, 모르긴 몰라도 우리가 매일 먹는 하루의 식사 중에 적어도 한번쯤은 생선을 섭취했으리라 싶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로 국내의 생선 소비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생선에 대한 수요는 조만간 원래대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통계수치에 따르면, 그동안 무자비한 남획으로 일부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어종의 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취해지면서, 어획량이 다소 감소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바다에서 얻는 수산자원은 연간 대략 1억 톤 가까이 된다고 한다. 더불어 전 세계 1인당 연간 어류 소비량은 17kg정도로, 식량으로서의 어류에 대한 의존도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포식자로서 인간은 생존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수렵활동을 해왔고, 이러한 행위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동안 물고기를 잡는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면서도, 정작 인간의 삶과 역사를 지탱해온 그 밑바탕에 물고기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잊고 살아간다. 또한 날이 갈수록 고갈되어가는 물고기 자원에 대해 어떻게든 이를 오래도록 유지하려는 노력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모든 생선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식탁은 그만큼 초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를 대체할 자원을 찾는데 또 수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우리는 모색해야만 한다. 그동안 물고기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것처럼, 그리고 인간의 삶에 일부분을 변함없이 지탱해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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