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황후 - 전2권 기황후
장영철.정경순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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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관련한 소설이나 드라마들이 그동안 많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러한 내용들이 조선시대를 겨냥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어느 특정한 왕에 대한 것이거나, 혹은 익히 알려진 사건에 관련한 다소 한정된 부분에 집중되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물론 조선의 시기가 지금의 시대와 가장 가깝기도 하고, 또한 조선 500년 역사의 과정을 오늘의 시각에서 반추해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제는 조금은 더 그 범위를 확대하고 세부적으로 다루었으면 싶다. 다행스럽게도 근래에 들어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소설에서 추구하고 있는 내용들이, 이미 보고 또 보아왔기에 더 이상 신선할 것도 없는 따분한 소재에서 벗어나, 우리의 다양한 역사의 부분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한층 반가우면서도 그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작품 역시도 기존의 역사소설에서는 제대로 다루어 지지 않았던 내용이어서, 개인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을까 하는 호기심 내지는 궁금함이 많았었던 소설이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 원작을 토대로 요즘 TV드라마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기도 해서, 과연 책의 내용과 비교하여 어떤 부분들이 어떻게 각색되어서 펼쳐질지, 또한 당시 시대상황에 따른 인물들의 내면적 심리라든지, 고려와 원나라의 관계설정들에서 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전개되고 있는지 하는,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흥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로 기억 된다.


이 작품은 책 제목에서 보듯이, 그 내용이 기황후의 행적에 대부분 초점이 맞추어져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녀로 차출되어 몽고로 첫발을 내딛으며 기약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는, 비운의 여인이 되어버린 그녀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드라마틱하게 흐르고 있어, 책에서 눈을 떼게 못하는 엄청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작품 속 배경이 당시 고려와 원나라의 서로 대결적인 국면이 계속 이어짐에 따라, 다른 어느 때보다 권력의 암투과정이 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연결선상에서 펼쳐지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복수와 사랑 그리고 갈수록 더해지는 음모와 결탁과 배신 같은 극적 반전의 재미를 주는 내용들은, 분명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볼 때, 소설 속 기황후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여성을 봐야 할듯하다. 우선 그 하나는 그녀의 외향적인 면인데, 자신의 부모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이, 바로 원나라에 의해 저질러졌음을 뒤늦게 알게 되고, 공녀의 길로 들어서면서 이에 대한 한 맺힌 복수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자못 엄숙하면서도 진취적인 야망을 지닌 남성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모습은, 그녀는 견제세력들의 모함과 질투에도 불구하고 원나라 순제에 의해 총애를 받게 되면서, 훗날 황후의 자리에 오르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당시 순제의 정실 황후에게 온갖 핍박과 수모를 겪어야 했고, 그녀를 제거하려는 반대세력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던, 애틋하고 측은한 여성 본연의 내면적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독자들도 모두 알다시피 정복자 칭기즈칸을 중심으로 대제국을 이룬 몽골은 중국대륙을 무너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고려왕조를 무려 7번의 침략을 거듭한 끝에 복속에 성공하게 된다. 한 순간에 부마국으로 전락해버린 고려는 몽고의 요구에 따라, 공물과 공녀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기황후는 그러한 과정 속에 등장하게 된 어쩌면 필연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그녀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것은, 비굴한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억울하고 비참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따라서 혹시 이 작품을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기황후의 그런 심리적 내면의 부분을 생각해보면서 읽어 내려가는 것도, 흥미를 자극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두고 일부에서는, 우리의 지나온 역사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거나 혹은 왜곡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물론 작품 내용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기는 하다. 그런데 역사의 진실은 많은 사료들에 의해 이미 규명되어진바 있고, 아마 이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비판은 독자들이 소설 속의 인물에 자신을 직접 투영해본 후에 한다 해도 늦지 않을듯하다. 더불어 그런 관점에서 독자들이 이 소설과 관련하여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야할 것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전달해주려고 했는지를, 그리고 작품의 그 밑바탕에 깔린 당시 인물들의 그 속내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것인가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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