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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쿠쿠스 콜링 세트 - 전2권 ㅣ 코모란 스트라이크 시리즈 1
로버트 갤브레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12월
평점 :
사실 애초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겠다고 선택하게 된 이유 중 가장 컸던 것은, 아무래도 작가의 유명세에 따른 기대감이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이 작품의 작가가 기존의 작품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이미 상당한 평가를 받아왔고, 또한 대중들이 어떤 내용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점을 부각시켜야만 독자들의 관심을 가지게 되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개인적 판단의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독자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고 평가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추리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작가 자신의 이력적인 면에 새로운 하나의 사실을 추가할 수 있을 만큼 괜찮았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녀가 이전에 발표했던 해리포터시리즈라는 작품이 역사상 유례없는 수많은 호평과 각광을 받은 것에 비한다면, 이 작품이 그에 미치지 못하지 않나 하는 조금은 박한 평가들이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면이라든지 추리 소재의 신선함과 독특함, 더구나 눈에 띠는 개성적인 캐릭터이자, 작품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사설탐정 스트라이크와 그의 조수로 등장하게 되는 로빈의 명콤비적인 이야기 흐름의 근거로, 웬만한 추리소설 이상의 흥미 있고 흡입력을 자랑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쿠쿠스 콜링이라는 문득 책의 제목만을 생각하면, 왠지 아름다운 로맨스가 펼쳐진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선입견적인 느낌과는 다르게, 다소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이미 종결된 완벽한 살인 사건의 내막을 추적해가는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은 추리작품이다. 작품 속 내용의 시작은, 사건을 거의 의뢰받지 못해 이제는 파산 지경에 다다른 어느 사립탐정 사무소에, 어느 날 말쑥한 차림의 변호사가 찾아와 이미 경찰로부터 결론이 지어진 사건 하나를 언급하며 이를 재조사 해달라는 의뢰를 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사건의 피해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이복 여동생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의뢰자가 언급한 사건의 내용은, 이미 경찰에 의해 오랜 시간동안 철저하게 조사되었고, 마침내는 우울증에 빠진 피해자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을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어 결론지어졌던 사건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사립탐정 스트라이크는, 이번 의뢰의 내용이 한편으로 조금은 황당하고, 사건 자체가 재조사할 어떤 이유나 근거의 타당성이 부족함을 알고 거절의 의사를 밝혔지만, 의뢰인의 거듭되는 간곡하고 단호한 부탁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여러 부분에서 나타나는데, 우선 그 하나는 작품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탐정으로 나오는 주인공과 그의 조수 로빈의 개성적인 캐릭터에 있다. 이들의 콤비는 시계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호흡을 맞추며, 정확한 판단력과 임기응변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는 이들의 활약 과정이 펼쳐지는데, 이러한 부분은 분명 이 작품을 읽는데 재미의 한 꼭지를 제공해주지 않나 싶다. 또 하나는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에 있다고 본다. 우선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사건은, 미제의 사건도 아니며, 그렇다고 실시간으로 벌어진 사건을 풀어가는 것도 아닌, 이미 완료된 조금은 특이한 사건이 전제되어 있고, 더구나 타살이 아닌 자살로 완벽하고 철저하게 위장되어 마무리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를 논리적으로 재구성해가며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는 과정의 조금은 특이한 전개를 보인다. 그런데 이 흐름에는 중간 어디에도 결과를 단정하기 힘든 미스터리적 요소와 후반부에 펼쳐지는 반전의 부분에 이르기까지, 추리소설이 가지는 대중적 요소들이 적절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고루 갖추어져 있다고 보이며, 더불어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부질없는 욕망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장르 소설도 그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누어져 있어서, 그 선호하는 분야가 독자들마다 각기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작품들은 그러한 분류에 상관하지 않으며 따르지도 않는다는 것을, 기존의 여러 작품들의 예에서 우리는 보아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이 추리소설 역시 그러한 부분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와 연계한 작가의 후속적인 작품이 계속 출간될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속에 규정된 새로운 모습의 캐릭터가 확정되어있는 것으로 봐서, 시리즈 형태의 유사한 작품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물론 작가의 화려한 이력에 걸 맞는 좋은 작품들이 탄생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 작품을 기준으로 판단을 해본다면 독자들이 기대한 만큼 이상의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선보였을 때마다, 연이은 호평들이 쏟아졌던 것은 그의 유명세라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그녀의 향후 작품들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대중성과 완성도를 한층 높인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