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이중섭 - 전2권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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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화가, 천부적인 예술의 재능을 타고났지만 불과 불혹의 나이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해야 했고, 한국의 반 고흐로 불리며 국민화가로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비극적이고 애달픈 일생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 그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중섭이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그가 살아온 생애가 어떠했는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잘 몰랐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을 읽음으로 그의 고단했던 삶과, 미술에 관한 문외한 임에도 그의 작품을 다시 한 번 찾아 감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중섭이 추구하고 표현하고자했던 그림의 내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기회를 얻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대향 이중섭은 서구 근대화의 화풍을 국내에 도입한 지대한 공헌과 함께, 미술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로 대다수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을 만큼, 그의 지명도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이중섭에 관해, 교과서적인 표피의 부분만을 알고 있을 뿐, 화가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이나, 그의 여러 작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들을 충실히 이해하고 인식하고 있는 이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이 비록 작가에 의한 상상력과 허구가 가미된 소설의 형식을 빌었지만, 이중섭의 평전에 가까울 만큼, 사실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적인 면이나 인간적인 면을, 흥미로우면서도 감동 있게 담아내고 있어서, 많은 독자들이 깊은 관심과 주목을 한번 가졌으면 싶다.


소설 속 내용을 보면, 이중섭은 부농의 집안에 막내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타고난 미술의 재능을 보이며 일찍이 국내 미술계로부터 천재성을 부여 받는 등의 촉망받는 화가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한편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고 할 만큼, 화가로서의 그의 삶은 불운했고 처절했으며 고통의 나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당시 처했던 시대적 배경을 보면, 대외적으로는 일제 치하 속에서의 암울한 시기가 있었고, 해방을 맞은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6.25 동란이 일어나면서 혼란스러운 정국을 몸소 겪어야 하는 과정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그 기간 동안 그의 인생사에 잊지 못할 여러 커다란 변화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일련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젊은 시절 일본 유학기간동안 만나게 된 일본인 여성과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되는 것, 그리고 국내로 돌아와 첫 아이를 잃는 아픔이 있었고, 태어난 고향땅과 홀로 계신 자신의 어머니를 등지고 월남을 선택해야 했던 모자간의 생이별의 장면은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중섭은 피난처인 부산에 머물면서 어수선한 국내의 상황에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되어, 심혈을 기울여 여러 작품들을 발표했고 서울과 대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의, 적잖은 활동을 해왔다. 그의 작품은 많은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대부분의 그림들이 고가에 팔려나갔지만, 천성적으로 돈에 관하여 큰 애착도 없었고, 또한 부실한 관리로 언제나 그의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은 적었다. 이로 인해 결국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가슴쓰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으로 남아, 훗날 그에게 무거운 삶의 짐이 되어 그를 괴롭히는 원인이 되고 만다. 이후 그의 천재적인 예술적 재능이 활발하게 꽃피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구상 시인을 비롯한 주변 동료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위로가 있었지만, 마치 죽음을 결행하기라도 한 것처럼 스스로를 자학하며 술로 연명을 해오다가, 안타깝게도 홀로 쓸쓸하게 자신의 41년 짧은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소설의 제목에서 보듯 이중섭의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은, 그의 일생에 직간접으로 연관되어 있는 여러 인물들을 연결시켜, 그에 관한 굵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정을 취하고 있다. 또한 그 전개 형태가 시간의 순서로 배열하여 서술되어 있지 않고, 그의 예술 인생에 많은 사연을 남겼던 장소와 주변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 배경의 전후 사실들을 토대로 하여 꾸며져 있다. 그래서 이중섭에 대한 기본적인 이력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작품의 내용을 따라가기에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그의 간략한 정보들을 먼저 보고 난 후에 접하게 된다면, 독자들이 한층 더 수월하게 그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사실 이중섭의 일대기를 다루었던 기존의 책들 대부분은, 그의 예술적 세계의 이해나, 그림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내용 보다는, 고독하고 궁핍한 삶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두 부분을 균형 있게 다루어, 독자들이 그의 예술적 가치와 의미는 물론이고 인간적인 삶의 그 내부를 동시에 음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전의 난설헌을 통해 한 인간의 내면에 세계를 섬세하고도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가의 필력이, 이 작품에서도 역시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어, 이중섭의 생애를 깊이 있고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을듯하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권하고 싶은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소와 아이들에 대한 남달랐던 사랑과, 시대의 아픔에 따른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결코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화가 이중섭의 진면목을, 가슴으로 진정 느껴보는 유익한 시간을 잠시라도 가져보면 좋을듯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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