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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식탁 - 우리는 식탁 앞에서 하루 세 번 배신당한다
마이클 모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오늘날 경제성장에 따른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여러 부분에서 과거와 달리 양보다 질을 더 중요시 하는 시대로 변모되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의식주의 경우는,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여 고려될 사항이다. 그런데 이 안에서도 우선순위는 있다. 사실 옷이나 주택은 사실 조금 허름하고 초라해도 살아가는데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먹는 문제의 경우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족하게 섭취하면 영양결핍에 시달리게 되고, 그렇다고 많이 먹게 되면 비만이 되어 건강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언제나 신경 써야 하는 중요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음식이 풍부하지 못했던 과거의 시절에는 영양결핍의 문제가 심각했었다. 그래서 그때는 비만은 고사하고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해 굶어 죽는 일들이 종종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경제가 뒷받침 되는 현실은, 그와는 반대로 많이 섭취함으로서 생기는 과식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우리사회에 불기 시작한 다이어트의 열풍은 최근까지도 쉽게 꺼질 줄을 모르고, 심지어 그로 인해 적잖은 폐해를 낳고 있어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듯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식의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스스로의 의지로 음식물을 먹었으니, 물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직접 짊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누군가가 우리로 하여금 과식을 고의로 부추기고 있다면, 이점은 분명 지적되어야 마땅할 것이며, 또한 과식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의 책임에 이들도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오늘날 과식의 증가는 물론이고 이것이 성인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식품가공업자들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3년 반 동안의 세밀한 조사를 거쳐 사실에 근거한 심층적인 내용을 토대로, 그들의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함으로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최근 미국의 연구 조사 자료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이며 전체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비만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할까.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0%는 현재 이미 비만인 상태이며,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증가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그 영양섭취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소금은 권장섭취량에 비해 실제 섭취량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어서, 우려할만한 것으로 시급한 대책이 있어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문제가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매일 먹는 세끼의 식사 외에, 우리들이 흔히 간식으로 먹게 되는 스낵류와, 탄산음료, 그리고 패스트푸드의 경우, 단 한 끼의 음식 안에 소금뿐만 아니라 하루의 권장 섭취량에 가까운 다량의 설탕과 지방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의 신체 영양 상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식의 문제를 단순히 비만의 문제로만 한정해서 보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 중 누군가는 몸이 조금 뚱뚱해졌다고 해서 이것이 무슨 대수냐며 운동량을 조금 늘리면 되지, 하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과식으로 인해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설탕, 지방, 소금의 대량 섭취의 문제를 너무 쉽게 간과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최근 성인들은 물론이고 청소년들에게까지 부쩍 늘어나고 있는 당뇨나, 심장질환,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 증가의 원인에, 바로 이러한 재료들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밝혀졌다. 책에 따르면 식품가공업자들은 소비자의 미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데,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맛은 다름 아닌, 한 개의 제품에 하루 권장량에 가까운 다량의 설탕과 소금을 이용한 적절한 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의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은 설탕이나 소금의 섭취로 희열을 느낄 만큼 식욕을 증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지방 역시도 이와 다르지 않아서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중독현상을 일으킬 만큼,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식품가공업자들은 그들의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소비자의 식욕을 자극하는, 다량의 설탕과 소금 그리고 지방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며, 그러한 배경을 모르는 소비자는 그러한 제품의 맛에 길들여져 적극적인 소비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TV를 통해서 보게 되는 가공식품의 광고 중, 최근 들어 저 지방, 저 설탕이 들어간 식품광고들을 우리들은 한번쯤 보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품들을 모두 신뢰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그나마 우리의 건강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려는 이런 종류의 제품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인지했던 일부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배와 마약이 우리 몸에 해가 된다는 점은 알면서도, 가공식품이 주는 위해성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식품의 판매 이전에 영양을 먼저 고려해야 할 식품가공업자들이, 단지 그들의 수익만을 우선하여, 소비자의 건강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이것 역시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 아니까 싶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가공식품의 발달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가공식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그 세밀한 부분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가공식품의 본질을 여과 없이 밝혀내어, 무심코 이를 구입하여 섭취하는 소비자의 행태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유익한 도서로 생각된다. 건강을 잃고 난 뒤의 후회는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만약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무언가를 먹고 있다면, 그것을 먹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살펴봄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