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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이 예쁜 코리안 - 독일인 한국학자의 50년 한국 문화 탐색
베르너 사세 지음, 김현경 옮김 / 학고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낮선 외국인이 우리 중 누군가에게 문득 ‘가장 한국적인 것이 어떤 것이냐’ 라고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과연 무엇이라고 답을 말해줄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몇 가지를 적어 본다면, 한글, 한복, 김치 등과 같은 내용이 될듯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많고 많은 전통문화유산 중에 이러한 문화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며, 외국인들에게 떳떳하게 소개할 만큼의, 우리들은 과연 이러한 문화들을 소중하게 아끼며 사랑하고 있는 그 대상이 되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문화란, 어느 특정한 사회나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적 가치 체계의 표현이며 생활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문화는 그 자체로 고정불변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시 사회 상황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해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사회가 발전해가고 있다는 의미는, 단순히 경제적인 성장을 말하는 것이 아닌, 구체화 된 다양한 문화가 서로 공존하면서 각 구성원들에 의해 활성화 되어간다는 것을 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외부와 차단된 채 고립된 상태에서, 다방면적인 문화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그 사회의 향후 미래를 결코 전망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혹은 바로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전반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는 우리만의 고유문화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 내용에 있어 다른 나라들이 보유한 문화들 이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장점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근대사를 넘어 현대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많은 전통문화들 중의 일부는 왜곡되거나 폄훼되어 이제는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문화도 있으며, 어떤 것들은 심하게 변질되어 이상한 형태의 것으로 탈바꿈되어버린 것도 있다. 이를테면 편리성만을 강조함에 따라 전통한옥이 사라진 우리의 아파트 문화가 그러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개인을 존중하는 만큼이나 타인을 생각하는 이웃문화, 한글의 우수함을 말하면서도 정작 그 사용에 있어 소홀해지는 행태들에서,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아도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면 오늘날 이러한 우리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고유문화의 변화과정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독일인으로 태어나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관심으로, 이제는 남은여생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는 어느 이방인 학자의 시각으로 본, 우리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다양한 관점에서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독자의 관심을 이끈다.
저자는 우선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불거지고 있는 전통문화의 위기현상에 대해, 이는 불과 반세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근대로부터 현대사회로의 급격하게 이루어진 과정에서 으레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문화와 관련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가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국의 가치 있는 문화를 보존하고, 또한 문화강국으로서의 면모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점은, 당면한 문화의 현실과 더불어 문화의 개념을 우리가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문화의 얼굴로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한옥이나 정자와 같은 건축물 외에 김치와 한복 등을 꼽았으며, 부수적으로 독창적이며 획기적인 우수함을 자랑하는 한글을 포함해, 한국의 보헤미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선비사상, 그리고 민중과 함께하며 국가의 안위를 우선으로 했던 불교의 문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우리의 훌륭한 전통문화유산들이, 오늘날 자국민들에 의해 제대로 된 평가와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다분히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지구촌의 각 나라마다 제각기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들이 존재한다. 이중 일부의 문화들은 교류를 통해 근접한 이웃의 여러 나라로 전파되고, 문화를 유입한 나라들은 다시 그들만의 정서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로 다시 재창조된다. 우리의 문화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이렇게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전해 내려온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홀대하거나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편으로 심히 부끄러웠던 점도, 바로 그와 같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국의 문화를 우월하게만 생각하는 배타주의나 국수주의도 경계해야겠지만, 반대로 스스로가 자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외부 문화유입에 몰입하여 자신도 모르게 문화 사대주의에 휩쓸려 지금 갈팡질팡 하고 있는지를, 어쩌면 우리는 이쯤에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최근 한류 열풍이 동남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번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를 마냥 기뻐해야 할 일만도 아닌 것은, 한복의 아름다움과 실용적인 면을 강조하며 해외에 알리는 노력을 하면서도, 정작 우리 스스로는 한복을 애용하지 않는 오늘 우리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고, 과연 외국인들이 우호적인 평가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남을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먼저 우리의 문화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외국인들 역시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