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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평점 :
중국 최초의 황제로 알려지고 있는 진시황은, 중국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죽은 이래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나 오페라를 포함하여 각종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진시황의 정치 생애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혹세무민의 대표적인 군주로 간주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그가 이루어 낸 긍정적인 정치의 성과들이 점차 후대로 내려오면서, 다소 왜곡되거나 축소되어 있다고 보고, 이제는 재평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시황이 황제로 등극을 한 후, 30년이 넘는 재임기간 동안 수 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 중에는 물론 긍정적인 일들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부정적인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속 사건이든 인물이든 이를 평가함에 있어 분명이 해야 할 것은, 역사적 실제 사료에 근거한 사실을 위주로, 깊이 있고 객관적인 방향에서 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진시황을 중심으로, 그 전후 시대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냈다. 특히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며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 진나라가 건설되는 과정에서부터, 이후 유방과 항우에 의해 멸망되는 순간까지, 중국 고대 문헌들을 바탕으로, 비교적 상세하고 쉬운 설명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어서, 진시황은 물론이고 혼란스러웠던 중국 초기 역사의 내부를, 객관적으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우선 진시황과 관련하여 시대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되어 있다. 진시황의 선조였던 목공이라는 걸출한 군주의 등장으로, 진나라가 중원의 제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효공 때에 이르러 상앙이 건의한 변법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초기의 과정, 이어서 한나라를 시작으로 나머지 6개 나라를, 하나 둘씩 점령하여 마침내 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되는 시기, 끝으로 통일 후 진시황이 사회제도와 정치개혁을 실시해 나가던 중,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불안한 정국을 틈타 진승오광의 난을 거친 뒤, 항우와 유방에 의해 대제국이 멸망해 가는 과정이 세밀하게 다루어져 있다. 독자의 눈에 띠는 점은, 이 책은 다른 역사 서술서와 달리 강의방식 형태로 되어 있어서, 마치 독자가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알기 쉬운 해설로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는 것과, 당시 발생했던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사기>,<전국책>,<진시황본기>등과 같은 다양한 역사서의 내용을 통해 그 진위를 알아보고, 이를 어떻게 현대적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의 이력에서 보듯 중국 역사의 권위자에 걸 맞는 통찰력 있는 설명과 함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높이 살만하다.
책에 따르면 진시황이 최종적인 통일을 이루게 되었던, 그 근본적인 바탕을 살펴보면 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보다는 선조들의 쌓아올린 정치적 역량이 사실상 컸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애초 그가 진나라의 제후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자격조건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결국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권력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닌듯해 보인다. 특히 이 책에는 오늘날 국내외적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합종연횡의 형태, 즉 동쪽으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진나라에 대항하여, 나머지 6개 약소국들이 벌이게 되는 외교정책의 세부적인 내용의 전말과, 한나라에서 연나라를 끝으로 진나라가 통일의 대업을 이루기까지 각국 간에 등장하는 권모술수의 여러 이야기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다. 또 하나 이 책의 내용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진시황의 출생과 죽음에 관한 것이었는데, 진시황의 진짜 친부는 과연 누구였을까 하는 점과, 그가 행했던 5번째 지방으로의 순행도중 갑작스런 사망의 원인을 타살로 봐야 할 것인지 아니면 지병에 의한 것인지 등, 후대에 이르러 논란의 문제가 되었던 내용까지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누구나 이 책 한권이면 진시황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시황과 관련한 이야기를 언급한 책들은 이미 많이 출간되어왔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현대의 시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놓은 책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진시황에 대한 일부 내용들의 경우, 다소 엇갈리는 견해들이 많이 있어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때로 난감해 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진시황은 재임기간 동안 2천년 중국 역사의 정치제도에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고, 언어와 도량형의 통일함으로써 자칫 사분오열 될 수 있었던 중국을 하나로 만드는데 사실상 큰 밑거름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분서갱유를 일으켜 신하와 백성들의 사상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했고, 만리장성을 포함한 무리한 건축공사의 남발로 민심을 잃게 되면서, 후대의 사람들로부터 최악의 폭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역사의 내용을 평가 할 때, 어느 한쪽 부분만을 두고 일방적인 찬양이나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진시황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상세하게 다루면서,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서에 근거하여 두루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진시황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치밀한 고증을 거쳐 현대적인 시각으로 진시황이라는 인물을 재해석한 이 책을 계기로, 독자들이 그 동안 깊이 살펴 볼 수 없었던 진시황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