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몰랐던 터키 역사기행
이종헌 글.사진 / 소울메이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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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여행 잡지이며 배낭 여행자들에게 성서로 간주되는 론니 플래닛(Lonelyplanet)은, 전 세계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를 토대로, 올해 가장 여행하고 싶은 국가 중 한곳으로 터키가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터키는 우리에게 있어 한국전쟁 당시 유엔 참전국으로 많은 군인들을 파병했던 형제의 나라로 알려져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들이 지나온 오랜 역사과정의 일부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부분이 적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몇 개 안되는 반도국가라는 점이 그렇고, 흉노, 돌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때로 동맹을 맺거나 서로 다투기도 했으며, 한때 같은 시기에 몽고제국의 침입을 받은 것이 또한 그렇다. 뿐만 아니라 세계 1차 대전 독일과 함께 참전하여 패한 이후, 광활했던 대부분의 땅을 빼앗기고 절망스런 침체된 분위기에도, 오늘날 터키 공화국을 이루기까지의 그 과정을 보아도 우리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런데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터키의 그 무엇 때문에 그곳을 일생에 한번 쯤 가봐야 할 여행지로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사람들 저마다 여행 목적을 위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해마다 가고 싶은 여행지로서 터키가 선택되는 이유는, 그곳이 바로 인간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동양과 서양이 본격적으로 만나는 시작점이고, 외부 문화와의 대립과 공존을 반복하면서 그 결과로 필연적인 역사의 많은 산물들을 쏟아 내었기에, 그 현장을 직접 둘러보려는 개인적 열망들이 가득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우리가 교과서 내용에서나 보았던 터키의 단순한 외형적인 모습이 아닌, 대륙과 문명, 그리고 인종과 종교의 경계점에 위치해 있는 그곳을 직접 찾아가, 히타이트를 시작으로 로마, 비잔틴, 오스만제국의 흥망성쇠를 반복했던 그 흔적들을 깊이 있게 추적해보고, 그 안에 담긴 역사 속 이야기를 세부적으로 담아 독자와 함께하고자 했다. 따라서 세계사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터키 여행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유용한 참고도서가 될 것으로 본다.


책 속에는 가장 적대적인 두 개의 종교, 즉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충돌과 대립을 거듭해왔음에도 극적인 공존의 현장을 이루고 있는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터키민족의 조상이었던 튀르크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신비의 땅이라 불리는 아나톨리아를 비롯한 서부의 모든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출발지이며, 기독교 역사의 커다란 축이 되는 동부에 이르기까지, 터키의 과거와 오늘을 세밀하고도 흥미롭게 담아내어 독자의 주목을 이끈다. 먼저 유서 깊은 오랜 역사의 흔적을 품고 있는 이스탄불은, 지형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대륙이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한다. 그런 이유로 주요 강대국들은 이곳을 영토화 하기 위해 수 없는 각축전을 벌인 곳이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이곳은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의 대립이 심했던 곳인데, 그 결과로 오늘날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종교 문화의 유적지들이 이웃하게 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일례로 로마와 비잔티움의 제국의 시대를 대변하는 소피아 성당과, 이슬람의 오스만 세력이 이곳을 차지한 후, 술탄에 의해 만들어진 블루 모스크는, 당시 두 세력의 미묘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역사 유적지로 생각된다. 더불어 이스탄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건축물 중 하나는, 비잔티움 제국과 오스만 대군이 혈전을 벌였던 테오도시우스 성벽과 터키 행진곡의 배경이 된 톱카프 궁전인데, 이와 관련한 저자의 역사 속 이야기를 읽어보니, 그 위용과는 별개로 권력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낳은 결과물 같아서 마음 한편으로 씁쓸함이 전해진다.


터키의 서부, 그 중에서도 아나톨리아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해가 뜨는 신비의 땅으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광활한 대지로, 흑해와 에게해, 그리고 지중해로 둘러싸여 각종 농산물이 풍부해 일찍이 문명의 태동이 예정되었던 곳이다. 그래서 이후 해양 문명이 발달하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그로 인해 크고 작은 해전의 진원지가 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곳의 대부분은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중앙아시아의 유목인이었던 튀르크인들에게는 정착지로서 안성맞춤이었지만, 한편으로 로마시대 기독교 수행자들이 박해를 피해 수천이 넘는 동굴을 만들어 은신의 피난처로 이용되기도 해서 일종의 종교도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재 터키의 수도가 당시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스탄불이 아닌 앙카라를 선택한 그 원인의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음을 보여준다. 터키 동부에는 인류 최초문명의 배경이 되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발원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오늘날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하게 된 기독교의 그 험난한 역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는데, 성지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해 기독교세력과 이슬람 세력의 물고 물리는 이전투구가 끊임없이 발생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과거의 혼란스럽고 광기어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두 종교 간의 뿌리를 생각한다면 이런 무의미한 전쟁들이 왜 벌어졌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종교가 지니는 본연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하는 교훈을 간직한 곳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늘의 터키가 있기까지 그들이 밟아왔던 역사의 흔적을 조금 더 관심 있게 뒤쫓아가다보면, 몇몇 페이지로 요약할 수 없는 엄청난 사실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아랍의 봄을 계기로 그 영향을 받아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터키로의 여행을 꿈꾸며, 과거 그들의 선조들이 겪어온 역사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둘러보고자 한다. 저자 역시도 책의 말미에서 언급했듯이, 직접 가보지 않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여행을 통한 벅찬 감동의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 바로 역사 여행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이런 저런 이유로 터키로의 여행을 하고픈 마음은 있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생생한 화보와 함께 사실에 근거한 역사의 상세한 이야기로, 터키의 모든 것을 담아 간접적인 체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눈에 띤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반도라는 특이한 지형을 바탕으로 문명과 문명이 충돌하고 종교와 인종이 다툼을 벌이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공존의 문화를 형성한 그들의 피나는 노력들과,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그곳의 과거 역사 과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분열과 대결의 모습을 이제는 거두고, 서로 화합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교훈을 잠시나마 일깨워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었다는 점이다. 터키의 역사를 알아 간다는 것은, 세계사의 반 이상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은 그러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터키의 각 지역별로 크게 나누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알찬 내용으로 엮어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 있어도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다면, 마음이 닫히게 되고 결국 세상도 닫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터키의 모든 역사를 포함해 그 이상의 것을 관찰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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