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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권수업
정광욱 외 지음, 안경환 감수 / 미래의창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자기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짐승으로 취급되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고 싶은 이가 있을까. 이성을 가진 그 누구라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아마 추호도 없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세계 인권 선언의 날이 다가온다. 인권 문제에 대해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는, 경제와 사회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이미 세계 160여개 국가가 비준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에 가입되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이제는 인권국가로서 걸음마 단계가 아닌, 규약의 내용을 성실히 실천하여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위치에 서있다. 우리는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성공적인 민주주의의 안착시키고 실행해온 기간은 상당히 짧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피나는 땀과 노력으로,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었던 봉건주의적 관습과 사고를 타파하고, 인권향상을 위한 놀라운 결과물들을 많이 이루어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우리의 그러한 외향적인 모습과는 달리, 우리 사회 내부의 곳곳을 조금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여전히 여타 인권선진국들에 비해, 인권에 관한 국민 개개인의 인식이나, 인권규약에 반하는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이런 문제와 연관하여 세계인권문제의 전반적인 평가를 다루는 몇몇의 전문기관들의 보고서들은, 한 목소리로 장애자와 노인, 그리고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인권실태는, 상당부분 시급히 보완되어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차별받지 않고 행복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헌법에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직면해 있는 여러 인권의 문제들은 바로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혹시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인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국가가 언젠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안심하게 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때로 은근이 걱정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인권에 관해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그리고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에 인권의 취약함이 있는지를 함께 머리를 맞대어 토론해보고, 그 대응책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강구되어져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살펴보고자 했다. 책속의 내용은 오늘날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인권의 문제 중에서 몇 가지 사항들, 즉 양심적 병역거부나, 성소수자, 다문화, 장애인 등급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연과 동물들의 권리까지 여러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그 문제점과 해결책을 토론 방식으로 피력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한번쯤 관심을 두고 참고할 만한 의미 있는 인문교양도서로 여겨진다.
이 책에 나오는 일부 내용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우선 요즘 인터넷에서 간혹 등장하는 신상털기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거나 범죄 당사자와 같은 어느 특정인의 정보에 대해, 누구나 당연한 알 권리를 가지게 된다. 반면에 그러한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인 경우, 해당사항에 관한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 외에, 누군가에 의한 일방적인 자신의 정보 노출로 사회로부터 배척을 당하거나, 혹은 그의 가족들이 피해를 입는 또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권리가 그들에게도 역시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서로 상충하게 되는 이해관계의 요소를 우리가 어디까지 수긍하고 인정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또한 동성애자나 트랜스 젠더와 같은 성 소수자의 경우는, 성정체성의 문제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임에도, 종교, 관습, 보편성 등과 같은 여러 이유로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각종 사회제도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의 인권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약해 보인다. 그리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자연재해와 환경오염의 문제에 관하여서, 환경론자들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자연이나 심지어 동물에게도 일정한 권리를 주어, 인간이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함부로 다룰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운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내세우는 의견이 어느 정도 충분히 수긍할만한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자연의 생명에 대한 학대나 훼손과 관련한 다툼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 능력의 문제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 할 것인가 하는 곤란한 측면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있어야 할 듯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공동체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안들에 대해, 권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더구나 우리의 사회가 점점 세분화, 그리고 다양화 되어가고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로 변화되어 감에 따라,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내용들까지 점차 확대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고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 올려왔던 인권의 높은 성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오랜 시간동안 국가권력에 대항하여 피와 땀을 흘려 투쟁해온 결과물이다. 그래서 누구든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폭 넓은 인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내가 아니면 누군가 할 것이라는 방관자의 자세가 아니라, 권리의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직도 우리 주변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정당한 권리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켜보아야 한다. 독립기구로서 우리나라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지 벌써 11년이 지났지만, 그 위상과 권한의 그 속내를 살펴보면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상당히 빈약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가 인권에 대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정착시켰지만 여기서 그냥 머물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를 언제나 고민해야 한다. 인권 역시 마찬 가지다.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도록 함께 논의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일은, 한시도 멈추지 말고 항상 진행형인 상태가 되도록 유지해야만 한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누구라도 다수결의 원리의 그 이면에는 항상 소수의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그들을 구제할 수 있는 이해와 배려의 정신을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가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