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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평점 :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애초의 목적은, 그 동안 철학을 접하는데 있어 고등학교나
대학 학부 교양과목에서와 같이 피상적이고 수동적인 배움의 자세에서 벗어나, 조금은 주관적이고 진지한 자세에서 한층 가까이 살펴보고자 함이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철학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 대해, 관심이나 혹은 호기심 같은 것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학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인생관이나 세계관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들 정의한다. 정의된 내용으로만 본다면, 철학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분명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단지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의 삶과 연관하여 철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깊게 생각해본다거나, 친근하게 다가서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아마도 이러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 중 하나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의외로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점은 막연하게 철학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리의 선입관이나 편견이 문제일 수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철학을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놓은 참고할 만한 책들이 별로 없었다는 것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선상에서 본다면, 이 책은 철학이 너무 어렵다거나, 또는 왠지 다가서기가 주저해지는 독자들에게, 철학 입문서로서의 충분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이후 고대 그리스 철학의 두 거장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신학이 발달한 중세시대의 여러 철학자들을 거쳐 현대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철학지식을 폭넓게 담아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특히 이 책을 만나면서 독자의 입장에서 반가웠던 점은, 기존의 여러 철학 입문서들이 범해왔던, 이를테면 알듯 모를 듯했던 낮선 철학용어들의 열거와, 그 해석의 난해함, 그리고 단순히 철학의 내용만을 중점적으로 나열하여 서술해 놓은 것이 대부분 이었다고 보면, 이 책은 그러한 측면들을 가급적 배제하고, 새로운 철학사상이 대두될 때마다 왜 그런 현상들이 출현했는지에 대한 시대상의 문제점과 더불어, 철학자 스스로가 주장하고자 했던 사상의 이면에, 그들이 성장해왔던 역사적 배경들을 집중조명하고, 이를 간략하고도 명확하게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철학의 근본적인 이해를 실질적으로 돕고자 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기를 위대한 철학서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숲을 눈앞에 두고도, 많은 독자들이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아쉬움을 언급하면서,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위대한 사상가라고 알려진 많은 유명 철학자들에 대해, 그들은 다른 세상 속에 존재했던 인물들은 아니며, 우리와 똑같이 현실의 고통과 아픔들을 경험한 사람들이었음을 인식하고, 이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이제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철학을 제대로 알고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연 철학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철학의 특정시기와의 관계에 집중 모색해야 함을 강조한다.
철학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인가를 제시해 주는 것에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이 결코 불행이 아닌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많은 철학자들이 오랜 시간동안 사유하고 연구하여 세상에 내어놓은 진정한 삶을 위한 여러 제안들에 대해, 이를 깊이 들여다보려는 우리의 실제적인 노력들은 생각해보면 의외로 크지 않은듯하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철학은 우리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별개의 대상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사상들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또한 일부 비판의 소지가 마땅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철학이 우리 삶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는 것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본다면 철학을 자기의 삶에 조금은 거리를 두고 살아가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한결 가까이서 철학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친근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철학의 그 내용은 철학자 자신들이 그동안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많은 내용들을 수없이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반드시 취해야 하는 것들은 취해서 집약해 모아놓은 것이다. 그렇다보니 전문가가 아니면 그 내용을 엄두를 내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설명하는 바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철학자들이 주장하고 외쳐왔던 내용의 핵심들을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자신을, 어느새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