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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케 전설 살인사건 ㅣ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저자인 우치다 야스오의 작품을 직접 대면하기는 두 번째다. 대개 그렇듯이 어떤 책이든 독자들이 읽고자 하는 책을 선택하게 될 때, 고려하게 되는 조건 중 하나는, 아마도 기존작가의 네임드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서 같은 종류의 책이라 하더라도 작가의 과거 작품 이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름이 생소한 작가보다는 우선하여 가급적 네임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의 경우에도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단순히 작가의 네임드가 자신에게 생소하다고만 해서 가볍게 넘겨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새삼 다시 인식하게 된 듯하다. 그러한 이유로 추리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은 것은 우치다 야스오 작가의 작품을 혹시나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기 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더불어 작가의 대한 여러 정보까지도 한번 살펴보았으면 한다.
사실상 저자의 작품과 관련하여 그동안 국내에 본격적으로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독자들의 입장에서 위에 언급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 단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의 내용에 대해 조금은 회의적인 선입관에 의존하여, 반신반의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연유로 작가에 대해 잠깐 참고하여 언급하자면, 작가는 이미 일본 자국 내에서 누적판매부수가 1억 부가 넘는 양질의 여러 작품들을 발표해왔고(특히 형사시리즈물), 또한 그의 작품을 토대로 TV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호평을 받은바 있다. 그래서 추리소설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불릴 만큼 정평이 나 있는 인기작가로 알려져 있음을 사전에 인지했으면 싶다.
우연한 기회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우치다 야스오의 첫 작품이었던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을 접하고 난 후, 내 자신이 우선적으로 머리에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소설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의 첫 작품을 통해 상당한 재미와 추리의 매력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 소설은 그의 두 번째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역시 기대한 만큼에 다양한 흥미로운 요소들이 여전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책 속 이야기는 초여름이 시작되는 5월의 어느 날, 여행객을 가득 실은 카페리호의 선상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바다로 투신하는 자살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후 경찰 조사결과 이 사건은, 외부인에 의한 타살의 흔적이나 여타 의구심을 찾을 수 없는, 한 개인의 불행한 해프닝 정도로 마감이 되는듯했다. 그러나 사건의 최초 목격자였던 일등항해사의 우연한 호기심이 발단이 되어, 사건 해결의 중심이 되는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사건의 실체가 마침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독자들이 주목해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조금은 독특한 사건의 배경적인 이야기도 그렇지만, 그 후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소설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전의 작품과 연관지어, 일본의 오랜 역사 속 전설을 이야기의 모티브로 삼은 것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으로 보인다. 덧붙여 흥미로운 것은 작가는 이러한 서사적 이미지를 사건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감성적으로 녹여내고, 또한 이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병폐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시켜, 드라마틱하면서도 충격적인 결말의 내용으로 독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또 하나 눈여겨 볼만한 점은, 작품 속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치밀하고 놀라운 트릭과 반전, 그리고 특히 기존 탐정시리즈의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인간미가 넘치면서도 복잡한 해결의 실마리를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아사미 미쓰히코라는 캐릭터의 등장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더해주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이 책의 말미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이 작품은 대중성을 추구하면서도, 작품의 가치를 한층 높이려는 작가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독자들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추리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이 작품이 장르소설만이 지니는 매력적 요인들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받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