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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비가 - 상
조열태 지음 / 이북이십사(ebook24) / 2012년 4월
평점 :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역사는 이긴 자의 승리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패자의 입장에서 무슨 권한으로 역사의 내용을 기록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역사 속에 담긴 모든 내용들이 과연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확하고 사실대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독자들은 역사 속의 어느 사건을 바라볼 때, 어느 한쪽의 시각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여러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관점에서 이를 유추해 보는 것이 필요한 일로 생각된다. 따라서 지난 역사의 일부 사건들 중 기록된 내용을 믿기에는 사뭇 석연치 않은 여러 의문점들이 존재하고 있거나, 또한 다양한 측면이 아닌 다분히 편향적인 시각에서 기록된 내용일 것이라고 여겨진다면 한번쯤 당시의 사건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그러한 관점에서 조선시대 임진왜란의 시기에 승승장구하던 왜군이 평양성 전투에서 명나라의 도움을 받은 조선의 관군과 의병들에 의해 크게 패한 후, 전란을 장기적으로 이끌고 새로운 보급로를 찾기 위해 호남지방의 요충지로 진격하려는 과정에서, 그 길목이 되는 진주성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되는 2차 전투를 배경으로 하여, 당시 진주 목사였던 서예원이 장렬한 최후를 맞기까지의 내용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작가는 서두에서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소설임을 밝히면서도,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임진왜란의 일부 기록에 의문을 제기하며, 특히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의 책임자였던 서예원의 활약이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서인들에 의해 상당부분 축소하거나 왜곡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의 사건을 토대로 임진왜란 중 벌어졌던 진주성에서의 그의 발자취를 다시 한 번 더듬어 보고, 독자들에게 이를 주지시키고자 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임진왜란 중 가장 참혹하고 비극적이었던 2차 진주성의 전투의 과정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작품 속 주요인물이 되는 최억술은 평범한 일반 평민으로서 자수성가하여 소박하면서도 인정 넘치는 삶을 살아가던 도중, 1년 전부터 왜군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동래성이 왜군에게 점령당하는 실제 상황으로 급변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홀로 계신 어머니가 집을 지키겠다는 애원을 거역하지 못하고 두 아들을 데리고 급히 피난길에 나선다. 이후 그는 고단한 피난의 과정을 겪다가 관원들에 의해 징집되어 왜군과의 진주성의 전투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결국 억술은 전투 도중 왜군이 쏜 총에 맞아 한쪽 다리를 잃고, 부상의 후유증을 견디지 못하고 어머니와의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쓸쓸하게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한편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왜군의 2만 여명의 선봉대는 부산진성을 시작으로 동래, 양산을 불과 몇 시간의 전투로 함락시키고, 계속해서 왜군의 본대들이 낙동강 하류 죽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해 부사 서예원은, 외부의 지원이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군민들과 함께 김해성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역부족을 깨닫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과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장수로서 돌이킬 수 없는 뼈아픈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예원은 전투 중에 성을 방어해야 하는 책임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그동안의 세운 공을 인정받아 다행히도 참수형 아닌 삭탈관직만을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계속되는 전란 중 백의종군 하며 지난날의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던 그는, 당시 초유사였던 김성일의 도움으로 진주 목사에 다시 제수되고, 진주성을 방어하기 위해 달려온 의병장 김천일을 비롯하여 최경회 황진, 그리고 진주의 백성들과 함께 수만의 왜군을 상대로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가장 참혹했던 전투는 진주성에서의 2차 전투였다고 한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차 진주성 전투에서 김시민에 의해 크게 패배를 당하고 나자 이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당시 조선으로 진군한 10만 명의 거의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그 수에 10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조선군과 당시 진주성으로 대피해 있던 6만 여명의 백성들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서예원과 최억술을 주요 인물로 내세워 당시 2차 진주성 전투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일부 내용이 미흡하긴 하지만, 급박하고 비참했던 2차 진주성에서의 치열한 전투과정을 독자들이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임란 중 일부 역사 자료를 살펴보면 왜군은 진주성을 함락하기 위해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아직까지도 임진왜란 중에 벌어졌던 2차 진주성 전투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존재한다. 그 중 일례로 왜군은 전 병력을 동원하여 진주성을 함락시키는 온 힘을 다했지만, 진주성을 구원하기 위해 조선의 관군과 명의 지원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고, 오히려 성을 비우자는 공성론이 대두되기도 했으며, 당시 조선의 최고 지휘관들 역시 이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작가는 이 작품의 후기를 통해 진주성을 지켜내기 위해 일부 관군과 수많은 백성들이 어이없는 희생당했던 것은, 임금과 조정의 그릇된 판단에 의한 것이며, 특히 충신으로 기록되어야 할 서예원이 무능한 장수로 왜곡되어 있다는 점과, 오늘날 진주성 유적지에 자리한 비문에도 그의 행적을 비하하는 식의 내용은 분명 고쳐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교토의 토요쿠니신사에는 2차 진주성에서의 희생된 조선백성들의 귀무덤, 코무덤이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김시민 장군이 승리한 1차 진주성 전투만을 기억하고 2차 전투의 실상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을 계기로 독자들이 진주성 전투의 참상과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알아가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