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우리 사회가 과열경쟁이 심해지면서 모든 면에서 완벽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의 노력으로 채워가며 꿈과 이상을 실현해간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추천할 일이지만,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너무 획일적이고 정형화 되어가면서, 결국에는 대부분 그토록 자신이 의도하고 바래왔던 삶과는 다른 엉뚱한 인생을 향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한번 넌지시 되돌아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자신의 가장 이상적인 삶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많은 땀과 열정을 다하지만,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리 저리 자신이 휘둘리다보면, 한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길임에도, 어느새 합리화 시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그것이 마치 자신의 당연한 삶인 양 그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뒤늦게 그때 왜 내가 그렇게 선택 했을까 하는 아쉬운 후회를 해보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란 것이 연습이 존재하지 않은 까닭에 씁쓸한 회한만이 나중에 자리할 뿐이다. 애초 자신이 꿈꾸고 바래왔던 인생과 지금 자신의 실제적인 삶의 모습과 비교하여 유사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삶이 당신이 원했던 것과 상당히 달라져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무엇 때문에 달라졌고 무엇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한번 자신의 모습을 잠깐 뒤로 돌려 진지하게 지난날을 추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 작품은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인생을 다시금 반추해보며, 자신이 원하고 꿈꾸어 오던 삶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스스로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인생으로 점철되어버린 작가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로, 자신이 겪었던 청춘의 성장통과 그 과정에서 변질되고 획일화 되어버린, 그래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소 일그러진 어른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했던 내용을 비교적 담담하고 솔직하게 담아내어 독자들을 향해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위해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클래식 음악가 집안의 배경에서 태어나 성장하게 되는 주인공의 삶의 과정을 따라, 전체적으로는 고전 음악의 분위기가 고요하게 흐르면서도 중간 중간 철학적인 내용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엄숙히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작품은, 인생의 전환점의 시기에 누구나 한번쯤 방황과 좌절을 겪어야 했던 지난날을 독자들로 하여금 회고하게 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과정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직시하게 만드는, 독자들이 한번 눈여겨 봐야할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쓰시마는 안정된 음악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지적 호기심이 뛰어난 그러면서도 조숙하고 남보다는 자신을 추켜세우는 자존심이 강하고 소심한 학생이다. 피아노 연주를 좋아 했지만 스스로 소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할아버지의 권유로 첼로를 새로이 접하게 되는 쓰시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첫사랑이 되는 미나미라는 여학생을 만나면서 다양한 음악활동을 경험하게 되고 더불어 순수한 자신의 사랑을 이어간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두 달간의 짧은 독일로 유학을 다녀온 쓰시마는, 미나미가 이전과는 달리 자신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는 사실과,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에 결국 자신의 음악을 가르쳐왔던 선생님을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만들고, 마침내 스스로 음악의 길을 포기 하게 되는 암담하고 의도치 않은 엉뚱한 결과를 낳게 만드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은 불안하고 위태로운 삶의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 독자들에게, 마치 인생이란 배를 타는 것과 같아 배를 몸을 맡기고 그것이 고통스런 항해가 될지라도, 의연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회피하지 않도록 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담아내고 있는 듯해 보인다는 점이다. 어쩌면 작가는 위태롭고 대로 쉽게 좌절하며 방황하기 쉬운 청소년시기가 우리의 인생에 잠깐 지나가는 한때의 과정이기보다는, 그러한 시기가 멈추지 않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가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듯,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또는 이런저런 다양한 인간관계로 인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세상사에 치이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배에서 내려 항해를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듯, 우리의 인생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흘러 외양만 바뀌었을 뿐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는 삶의 과정의 한 가운데 서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한때 작가의 지나온 청춘의 시절을 이야기 하면서도, 그 배경에 클래식 음악의 고요하고 서정적인 여운을 바탕으로 깔고, 철학적 사색을 음미해볼 수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문학의 다양한 색채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줌과 동시에, 작품을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 가치 있는 내용으로 승화시키고 있어서 주목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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