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한 소녀의 유괴사건을 치밀한 스토리의 전개로 공포와 스릴을 실감나게 다룬 ‘비스트’라는 작품을 선보이며 이미 국내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스웨덴 스릴러물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루슬룬드와 헬스트럼 콤비가, 이번에는 경찰범죄의 실상을 흥미롭게 담아낸 쓰리쎄컨즈를 새롭게 내놓았다. 사실 현재 국내에 공포와 스릴러를 다룬 여러 작품들이 여전이 꾸준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몇몇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작품들을 찾아보기에는 극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원인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작품 소재의 부재에 따른 비슷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어 이에 식상하거나, 혹은 스릴러물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기대치가 예전과 달리 상당부분 높아져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작품은 전직 기자와 실제 범죄자이기도 했던 작가치고는 다소 특이한 이력과, 또한 그들이 실제 체험한 다양한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작품을 통해 극사실적인 묘사와 짜임새 있는 구성, 그런 이유로 독자들에게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작품 전반에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있어서, 장르스릴러물을 즐겨하는 독자들한테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른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들 콤비가 새롭게 소개하고 있는 이번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한번 눈여겨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특히 경찰 범죄소설치고는 다소 독특한 소재를 중심으로, 작품의 핵심적인 부분이 되는 사건 전개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는데다가,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들로 하여금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점도,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부분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자신의 두 아이와 부인을 지극히 사랑하는 그러면서도 겉으로 보기에 보통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의 평범한 한 남자, 하지만 그는 그렇게 외면적으로 보이는 일반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한때 마약 중독자였으며, 바깥세상을 보기 힘들만큼 오랜 복역을 해야 하는 죄수로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비참한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경찰내부의 핵심적이면서도 유능한 정보원으로 활동 중이며, 최근 점점 교묘하게 은폐되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마약업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일생일대의 목숨을 건 사건에 우연하게 얽히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맴돌며 은밀하게 접근하는 경찰 고위층의 또 다른 한 남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경찰 내부에서도 알기 힘든 극비로 진행되는 범죄소탕 작전에 핵심적인 인물로 새롭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언제나 함께한다. 작품 속에서 진행되는 사건은 국내가 아닌 국제적인 마약 거래의 활성화와 교도소로 마약을 밀반입하여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려는 마약조직이, 표면적으로는 건전한 기업인양 위장의 탈을 쓰고 엄청난 양의 마약을 현지로부터 조달하여, 새로운 거래처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경찰의 정보원과의 예기치 않은 돌발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부터 시작한다.
마약밀매업자가 저지른 생각지 못한 살인사건이 우연하게 발생되면서 경찰의 비밀스런 마약범죄소탕 사건이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하자, 급기야 경찰 고위층에서는 그들이 이용해왔던 정보원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동원하고, 반면에 정보원으로 그동안 수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공을 세우며 항상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겠다던 경찰과의 신뢰를 원망하던 주인공은, 마침내 자신의 가족과 또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는 만약을 위해 치밀하게 대비해 두었던 자신만의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정보원을 이용하여 법을 어기고 수사의 편의를 위해 경찰의 비밀을 감추려는 경찰 수뇌부와, 이번 살인 사건에 교묘하게 감추어진 내막을 캐기 위해 은퇴를 앞둔 노쇠한 형사의 집요한 노력, 그리고 경찰정보원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주인공의 운명, 과연 이들은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이 작품은 이들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펼쳐가면서, 작품을 보는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작품은 경찰범죄의 이야기 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내영화 실미도와 미국의 쇼생크 탈출을 섞어놓은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독자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소설로 생각된다. 그리고 애초 허구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읽으면서도 마치 사실적인 내용을 읽은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힐 만큼 줄거리 전개가 매우 극사실적이며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돋보인다. 게다가 사건과 관련하여 주요 인물들의 심리적인 부분과, 초반부터 시작된 스릴과 긴장감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시종일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이 강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결말 부분에서의 반전적인 묘미가 생각만큼 덜하다는 것과, 장르소설을 많이 접한 독자라면 결말의 끝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 정보원에 관한 이야기는 그동안 영화나 여타의 다른 소설작품에서 이미 조금은 다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처럼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다루어진 작품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콤비를 이루어 장르소설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노력에 부응할 만큼,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생각지 못한 의외의 재미와 즐거움을 분명 선사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작가의 전작 비스트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이 작품을 계기로 그의 작품을 찾는 독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더불어 개인적으로 추후에도 그의 작품이 국내에 계속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