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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에 관한 검은책
에마뉘엘 피에라 외 지음, 권지현 옮김, 김기태 감수 / 알마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국가가 정하는 헌법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와 국민으로서 알 권리가 있다. 물론 그것으로 인해 정부 그리고 어떤 특정단체에 커다란 해가 되거나 혹은 일부 청소년들에게 있어 결코 나쁜 방향으로 이행되는 것이 아닌 차원에서라면 말이다. 최근 국내에 인터넷을 통한 SNS가 대중들에게 집중화 되고 일반화되는 경향을 보이자, 소통을 위한 각축장이 되지 못하고 근거가 없는 허위내용이나 타인을 비방하기위한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의견들이 있어, 이를 두고 법적으로 재제를 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재제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대중들의 건전한 정보교환이나 의사소통에 장애가 된다면, 이는 심히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되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한때 과거 독재 정권이나 군부 통치하에서 자신의 정당한 주장이나 의사표현을 함에 있어 자유롭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정부 검열자에 의해 어느 누군가가 작성한 글이나 노래 등 개인의 다양한 창작품은 물론이고, 심지어 방송과 언론보도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일방적인 검열의 잣대로 일부 편집되거나 삭제되는 등의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받는 불편하고 암울한 시절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단체와 개인의 사익을 위해 대중들의 의사표현에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들이 존재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저작권 등의 문제로 오늘날 검열이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것처럼,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검열 그 자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많은 독자들이, 검열이 행해지는 그 과정이 과연 정당한 방법으로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 형태는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이 책은 검열의 전통 분야로 취급되고 있는 미풍양속, 권력, 종교의 부분과, 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 시장의 법칙, 소수자집단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서 검열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자기검열에 이르기까지, 어떤 매체와 테마를 가리지 않고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교묘하게 행해지고 있는 검열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으며, 실제 검열의 규모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불어 금기로 점철된 우리사회모습의 이면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책 속에는 검열이 실제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부분들, 다시 말해 원리주의자들이 펼치는 로비에서부터 각종 미디어, 영화, 시사만화의 풍자와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필터링과 명예훼손 등 여러 형태의 검열 메커니즘의 변화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검열의 방식은 사전 검열과 사후 검열 두 가지로 나뉘는데, 원래는 사전검열이 지배적이었으나 오늘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대부분 사후 검열 때문이라고 말한다. 검열의 역사는 그 기원이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현재 행해지고 있는 최악의 검열은 국가의 검열이 아닌 민간부분에서의 검열이라는 점을 독자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는 개인 사생활보호차원에서 뜻하지 않은 일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에는 보편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이 다루고 여러 부분 중에서도 특히 독자들이 눈여겨 볼만한 것은, 자기검열과 인터넷 검열의 내용이다. 자기검열은 개인에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하게 저해하는 새로운 형태의 검열인데, 문제는 자기검열이 저자나 기자의 생각을 뿌리 채 뽑아버린다는 점에서 폭력적인 검열보다 더 나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열은 판결이든 법이든 유혈이든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되지만 자기검열의 경우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결국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며, 더구나 지금의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자유화와 거대그룹, 미디어 정치계의 유착관계로 인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나마 의사소통에 자유로운 영역인 인터넷의 증가추세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색케 할 정도여서 독자들이 한번 깊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인터넷의 검열의 경우는 인터넷 사용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서면서, 수백 만 개의 블로그와 웹사이트가 존재함에 따라, 그동안 숨겨졌거나 금지된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서 어디에선가 불쑥 공개될 수 있었기에 저자는 이를 두고 인터넷은 검열의 쓰나미와 같은 존재라고 칭하고 있다. 그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이 표현의 영역에 있어 가장 자유로운 미디어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인터넷도 광신도, 나치스, 밀고자와 같은 극히 일부 마니아들에 의해 행해지는 악용의 소지를 근절한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명예훼손법, 사생활 보호법등 기존의 법이 적용되면서 그 처벌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이 점에 관해 저자는 인터넷에 적용되는 법이 있다고는 해도, 막상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알 수 없기에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인터넷 검열이 가장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국가로 중국을 꼽으며, 그들의 인터넷 필터링 기술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누려왔던 표현의 자유에 앞으로 상당한 침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이외에도 미풍양속이나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가해지는 검열의 문제와 종교의 신성함을 내세워 행해지는 검열의 문제, 그리고 소수자 집단과 공중보건 위생을 목적으로 취해지는 검열까지, 우리가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그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던 검열에 관한 모든 것을, 실제 사례를 들어 독자들에게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과거 군부독재시절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행되었던 검열의 경험이 있었고 그것이 이제 어느 정도 자취를 감추자, 지금은 또 다른 형태의 검열들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 우리나라 역시 검열로부터 결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검열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검열이 약자나 소수자 그리고 공공에 침해와 같은 일에 대해 방지하는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이용된다면 이는 분명 제고되어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기에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또한 국민으로서 알 권리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이 인식해야 할 것은, 이 책의 내용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는 검열의 사회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아마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새삼 다시 깨달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책을 계기로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사표현이 정부나 사회제도, 그리고 불합리한 통념에 의해 제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