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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양윤옥 옮김,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자신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우리들은 얼마만큼의 교감을 통해 신뢰와 교분을 쌓고 지내며, 그로인해 어느 정도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일까. 모두가 자신의 마음과 똑같지 않는 것처럼,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그 속내는 다를 것이고, 때로는 행복은 고사하고 아픈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바라고 산다. 하지만 그런 간절한 자신의 소망과는 별개로, 실제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행복이란 우리 자신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저 너머에 있어 쉽게 찾지 못할 것이라고 간주해 버리곤 한다. 그러나 법정스님의 말에서처럼 행복은 밖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닌, 바로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이며, 마음먹기에 따라 별거 아닌 사소한 것에서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막연하게 행복을 바라고 갈구하기보다, 이제부터라도 자기 자신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평소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분을 살펴보는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평소에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여겨지던 것이, 때로 크나큰 행복을 가져다주며 더불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음을 간접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듯하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행복이란 것이 결코 멀리 있지 않으며, 뜻하지 않았던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 동기가 되어, 얼마든지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가게 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더불어 이 한권의 책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의 일상에, 비록 작지만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 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메마른 우리의 감성을 일깨워주며 섬세하면서도 정감이 풍부한 필체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에쿠니 가오리의 동화 같은 소설이다. 도시의 5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작품 속 주인공은, 눈이 내리는 차가운 아침 날 창밖의 세상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름 모를 작은 새 한 마리의 우연한 방문을 받는다. 새는 길을 잃고 동행하던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져 이곳으로 오게 되었던 것인데, 이후 이들은 서로 조금씩 교감을 나누게 되면서 친근한 관계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다양한 사건들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테면 먹고 싶은 것은 반드시 먹어야 하고, 심지어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막말을 뱉어내는 등의 작은 새의 까다로운 식성과 성격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은 그들의 건조하고 따분한 일상에 때론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더러는 자신의 여자 친구의 흉을 보는 과한 행동으로 인해, 오해 아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감정적인 대립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소모적이고 부질없는 다툼을 하게 되는 불편한 일들이, 나중에는 결국 각자의 삶에 자그마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일상으로 변모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정감 있게 전개되어 있다.
길을 잃은 채 가족과 친구의 곁을 떠나게 된 작은 새 한 마리가 작품 속 주인공과의 우연한 조우를 통해, 그와 그의 여자 친구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삼각관계의 과정을,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처럼 정감 있게 그려나간 이 작품은, 일상생활에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는 우리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행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저런 이유의 여러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이 책 말미에 역자의 말에서 보듯 우리에게 있어 살아가는 일이 항상 드라마틱한 것은 아니며, 아무리 가까웠던 누군가와의 관계도 세월에 따라 퇴색되어 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아무리 서로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아주 가까운 관계라고 하더라도, 간혹 행복은 고사하고 가슴에 상처를 주는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결과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기보다 남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타인으로 인해 자신이 조금은 손해를 본다고 해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다가서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우리의 삶은 고정적인 것 같아도 변화의 연속인 과정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주어진 인생의 과정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은 새와 주인공의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된 일상생활의 변화 과정은 비록 사소한 것임에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하게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따라서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우리의 감성을 일깨워 주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잠시나마 소박하고 아름다운 행복의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으면 싶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