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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 2 - 자립편 ㅣ 청춘의 문 2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박현미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청춘의 시기를 두고, 가장 열정적인 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무한한 도전을 펼칠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 시기에는 무엇을 하든 간에 때로 실패하고 절망에 놓일지라도, 젊음을 앞세워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담대하게 다시 세상에 나설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 잘 발휘할 수 있는 시기,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자신을 시험해볼 수 있는 시기가 다름 아닌 청춘의 시기라고 한다지만, 지금 우리의 사회 현실을 돌아보면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일까 하는 의문 아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오로지 책과 씨름하여 명문 대학을 나와야 하고, 남들이 알아주는 화려한 스펙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가득 채울 수 있어야 하며, 그 외에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를 충족하게 할 수 있게 하려면, 누구의 말마따나 청춘의 시절이라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고 화려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보면 청춘의 시기는,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고통스럽고 쓰라리며, 그럼에도 그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는 고독한 시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 있어 분명 청춘의 시절은 단순하게만 넘길 수 없는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것은 청춘의 시기가 성인으로 들어가는 인생의 본격적인 첫 관문이고, 그래서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향후 자신의 인생이 크게 좌우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 작품은 일본 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츠키 히로유키의 <청춘의 문> 7부작 중, 두 번째 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 석탄산으로 둘러싸인 일본의 어느 작은 지방의 소도시에서 태어나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할 당시 유년기를 보내며 성장한 주인공 신스케가, 고등학교 시절 도쿄에서 전근을 왔던 음악선생님을 흠모하게 되면서, 선생님을 통해 틈틈이 전해 듣게 되었던 도쿄라는 대도시 대해서, 막연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동경을 품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여,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엇을 진정한 목표로 삼을 것이며, 또한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다각적인 교류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구조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주인공 자신은 어떻게 살아가가야 좋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사실적이고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의 서사적인 구성방식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내면의 묘사, 그리고 지금처럼 시대적 배경은 조금은 다르지만, 청춘의 시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만한 밀도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픔과 방황으로 대변되는 청춘의 일면을 여과 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볼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주인공 신스케는 부모를 여의고 이제는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으며, 그래서 스스로 열심히 일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학비를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힘겨워 하면서도, 한편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자신감과 다른 한편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자조적인 기대감으로 도쿄로 상경 후 대학에서의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낮선 대도시에서의 생활을 처음 경험해보는 신스케는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고 얼떨떨하게 느껴지지만, 개강 첫날 우연히 알게 된 연극부에 관심이 있는 오가타라는 학교 선배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그의 인생에 기억될만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겪는 과정에서, 타인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하나 둘씩 깨달아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어렵게 얻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몸이 아파 결근을 통보해야 했을 때, 고용인의 냉정한 해고통지를 듣고 자본주의의 생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든지, 한때 시골에서 함께 자란 여자 친구의 상경으로 사랑과 우정의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인 갈등을 겪게 되는 일, 그리고 대학이란 단지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곳이기 전에,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세우는 일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과는 달리, 실제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는 등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 신스케의 좌충우돌하는 여러 상황을 독자들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신스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청춘의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그 초입에 들어서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을 만큼 열정과 자신감이 생기다가도, 문득 직면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현실의 여러 곤란한 일들을 겪다보면, 얼마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무능한 것인가를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래서 남들이 흔히 말하는 청춘이라는 것이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지성인으로서 초심을 버리지 않고 강직하고 올곧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마음의 다짐도, 시간이 지나면서 젊음이라는 에고이즘에 휘말려 상식과 원칙이 아닌 세상사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합리화에 조금씩 능숙해져가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내실은 제쳐두고 외형적인 것에 골몰하는 주인공의 여러 행동변화들은, 청춘의 시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독자들이나, 이미 청춘의 시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의외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청춘의 시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청춘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향후 인생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모든 부분을 읽지 않았기에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을 명확하게는 알 수는 없지만, 홀로서기를 막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있어서 이 작품은, 아픔과 방황의 시기이면서도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꿈꾸게 하는 청춘의 과정을 객관적이면서도 공감 있게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따라서 황량하고 거친 현실 속으로 내 던져진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보내는 청춘의 과정을 통해 잠시나마 자신을 향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