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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에게 있어 엄마라는 사람은 어떠한 존재인 것인가 하고 물어 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엄마의 존재를 표현함에 있어 사람들마다 각자 그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누군가가 자신이 힘들고 괴로움에 처해 있을 때,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용기와 위로가 되는 존재로 엄마를 선택했다거나, 혹은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난후,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함께 기뻐하고 싶은 대상이 엄마라고 말한다면, 이를 두고 의아해 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며,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선택에 충분히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아무런 조건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엄마로부터 우리가 받은 사랑과 정성이 너무 깊고 크기 때문일 것이며, 또한 엄마라는 존재감 그 자체가 다른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은 철이 없던 시절에는 잘 모르다가 어른이 되어 세상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서서히 알게 되거나, 결정적으로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워가면서 뜻하지 않은 여러 고충을 새삼 인식하게 되면서,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동안 엄마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얼마만큼 자구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한평생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 변함없는 사랑으로 자신을 키워준 딸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관찰해왔던 엄마에 대한 오래된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어가면서, 때로는 유행에 동떨어진 억척스럽고 자질구레한 모습으로, 더러는 속으로 마음 아파하면서도 자식들에게 옳은 길을 가게하기 위해 잔소리와 야단을 퍼붓기도 했던, 그러나 그것이 엄마 자신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한 것이 아닌, 자식을 위한 배려였고 사랑이었으며 정성이었음을, 고단하고 힘들었던 엄마의 지나온 일생을 회고하면서, 그동안 엄마와 함께 했던 여러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여 훈훈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다. 이 책속의 이야기는 단지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엄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독자들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우리들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였는지를 새삼 다시 일깨워주는, 가슴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로 엄마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하고 있어서, 누구나 꼭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저자의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 이 책에 나타난 엄마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은, 과거 우리의 어머니들이 마치 그래 왔었던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상당히 닮아 있다. 이를테면 값이 나가지 않는 소소한 선물이나 겉치레에 가까운 칭찬 한마디에도 적잖은 감동을 하며, 정작 자신이 좋아하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가족을 위한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실속 있고 화목한 가정을 위해 내부적인 것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들 어머니의 모습과 일치되는 부분이 많아 독자들이 잔잔한 감동과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아줌마라고 통칭되는 우리의 엄마들은 가끔은 용감해지고 심지어 저돌적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행위가 지나칠 때 이를 두고 눈치 없고 품위 없는 것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 그러한 행동의 밑바탕에는 한결같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게 베여있음을, 우리가 더러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엄마라는 존재는 우리가 온갖 투정을 부려도 이에 개의치 않으며 다 받아 넘겨줄 수 있는 포근하고 넉넉한 사랑을 가지고 있으며, 아프고 괴로운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 할 때, 따뜻하게 보듬어 이를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아마도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저런 핑계로 엄마에게 한걸음 먼저 다가서기를 주저하거나, 나중에 하는 마음으로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을 한번 되돌아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우리들의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식에게 무얼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도 모자라,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그래서 그런 면에서 어찌 보면 엄마는 한 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이 에세이에 담긴 여러 이야기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거칠고 험한 세상 여정을 살아온, 바로 우리들 엄마의 주름진 얼굴을 문득 생각나게 한다. 작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엄마와 수다를 떨거나, 함께 손을 잡고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될 때, 엄마도 자신도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한권의 책을 통하여 한평생 오롯이 내 편이 되어준 엄마의 사랑을 오늘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자신이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들을, 단지 생각에만 그치고 말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에 옮겨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