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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ㅣ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일본 내에서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로 큰 화제를 낳았으며, 대중문학가로서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그래서 지금까지도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우치다 야스오라는 작가의 장편추리소설이다. 그동안 미쓰히코 형사시리즈는 100편이 넘는 꾸준한 이야기를 펼쳐오면서 여전히 자국의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과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거의 소개되지 않은 관계로, 아마도 국내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작가가 이미 발표했던 여러 작품들이 볼 수 없기 때문에, 고작 이 작품 하나만으로 작가의 개성적인 성향이나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장르적 분위기가 어떠한지를 단정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고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장르소설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충분히 갖추었으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해결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어 가고 있어, 이 작품을 기점으로 앞으로 국내에 소개될 야스오 작가의 후속 작품들을 기대해도 좋을듯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추리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을 단순히 가볍게만 넘길 것이 아니라 한번쯤 눈여겨 봐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고토바 전설이라는 다소 신화적인 느낌을 풍기게 하는 제목을 장식한 이 추리소설은, 일본에서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있는 미쓰히코 형사 시리즈에서 중심인물이 되는 미쓰히코라는 인물이 앞으로 명탐정으로 거듭나기까지, 처음 데뷔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내용은 사실상 간단하다. 대학 때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았던 일시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20대 후반의 여성이,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치료 과정에서 의사의 조언에 따라, 망각된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 사건이 하나의 직접적인 단초가 되어 추후 연쇄살인의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나중에 경찰의 입장에서 오리무중에 빠질 만큼 우려가 되는 문제점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그것은 경찰의 치밀한 수사의 진행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듯 짧은 기간 동안 무려 3명의 연쇄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과, 범죄 현장에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줄 도움이 될 만한 어떠한 증거나 증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여론의 압력이 점차 거세어짐에 따라, 경찰은 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유력한 용의자를 색출하는데 어떤 단서나 심증적인 요인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고, 마침내 사건은 더 이상의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돌연 미궁으로 빠져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독자의 입장에서 야스오 작가의 이 작품과 관련하여 주목해 볼만 특징으로 크게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먼저 그 하나는 형사시리즈 추리물이 대개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주요 등장인물들의 개성적인 캐릭터에 있다. 이 작품 속에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지방 소속의 경찰서에 근무하는 집요하고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도 언제나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중년의 노가미 형사와, 부유하고 뼈대 있는 집안 가문에서 태어나 특별한 직업 없이 글 쓰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으면서도,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범죄사건의 핵심을 잡아내는 능력을 지닌 젊은 청년 마쓰히코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서로 호흡을 맞춰 명콤비를 이루며 최종적인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두 번째는 작품의 배경으로 지방에 오래전부터 유래되고 있는 전설을 매개체로 하여, 이를 향토색이 짙은 서정성을 담아 문학적인 부분을 가미하였고, 더불어 악의적이고 비열한 범죄의 이면에 진한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서, 단순히 범죄의 과정을 밝혀가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닌,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대중적인 면을 함께 고려했다는 점이다. 끝으로 이전의 많은 작품들이 장르소설의 기교적인 면, 다시 말해 사건에 맞춰 사전에 기획된 트릭이나 결말에서의 반전을 통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면, 이 작품은 그러한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 없이도, 충분히 독자들이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사건 해결에 있어 정확한 논리를 전개하여 정통추리소설의 묘미를 한층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의 여러 작가들에 많은 작품을 통해서, 탁월한 추리력과 논리력을 갖춘 명탐정이라 할 수 있는 셜록홈즈나 가가형사, 그리고 이외에도 다양한 탐정들이 등장하는 형사시리즈 소설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많은 독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실상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그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아사미 미쓰히코라는 새로운 인물을 통해, 또 하나의 흥미롭고 유쾌한 형사시리즈의 면모를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것으로 보이며, 이전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여 조금은 색다른 재미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스미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미쓰히코 형사시리즈는, 그동안 100편이 넘는 후속적인 이야기를 통해 일본 내의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문화 컨텐츠로서 많이 활용되어 왔을 정도로, 이미 여러 차례 독자들로부터 검증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고, 또한 사건과 등장인물에 대해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이야기의 결론을 의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피하고, 객관화 할 수 있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여 독자들의 생각과 입장을 배려한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