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364일 블랙 로맨스 클럽
제시카 워먼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장르문학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소재 중 하나는 인간의 사후 세계에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유령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현실에서 발생한 어떤 일이 원활하게 해소되지 못해 그것이 깊은 한으로 남게 되거나, 혹은 현실에 대한 강한 집착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다는 이들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이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늘날 괴담의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지속적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요소가 되고 있는듯하다. 이 작품은 기본적인 밑바탕에 유령적인 존재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감으로서 얼핏 생각하면, 독자들이 기존에 많이 보아왔던 여타의 소설들과 별 차이가 없는 비슷한 형식의 소설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작품의 구성적인 부분이나 전개되는 이야기의 내용을 생각한다면, 획기적일 정도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미스터리 스릴을 보여주고 있는 신선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보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생각은, 풋풋하고 애잔하게 느껴지는 로맨스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토대로 하면서도,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미스터리의 요소를 가미하여, 장르소설이 주는 흥미로운 부분 외에도 한권의 작품에서 여러 장르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작가가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부 고질적인 사회병폐의 문제점들을 부각시킴으로서 독자들에게 이를 다시금 일깨우는 한편,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점도, 장르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관심을 두어볼만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작품 속의 여자 주인공 리즈는 자신의 18번째 생일날을 앞두고 아버지의 요트를 빌려 친구들과 모여 자그마한 생일잔치를 벌이던 중 한밤중에 의문의 익사로 당하게 되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무의식 속을 해매이다가, 영혼은 살아 있지만 자신의 육체는 사라지고 없는 유령이 되어버린 자신을 무심코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당황스런 마음에 자신이 어떤 이유로 죽게 되었는지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음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리즈는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자신과 같은 유령의 모습으로 1년 전에 뺑소니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그녀의 학교 친구 알렉스를 만나게 된다. 묘하게도 자신들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 직접적인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게 된 이들 두 사람은, 이후 자신들이 겪어야 했던 불의의 사고를 일으킨 그 직접적인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찾아, 희미하게 남아 있는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스터리라고 할 만큼 두 친구와의 관계에서 의문으로 남아 있는 것은, 아름다운 용모를 바탕으로 부족한 것 없이 남보다 우월감을 가지며 마치 귀족처럼 학교생활을 영위했던 리즈와, 반면에 가난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주위 친구들로부터 멸시와 왕따를 당했던 알렉스가, 실제 같은 학교를 다니기는 했지만 이들이 함께 공유할만한 과거의 어떤 추억이나 공통점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외롭고 비참한 영혼이 되어 같은 공간에 함께하게 되었던 것일까. 작품 속 주인공 리즈와 알렉스는 서로 개인적인 과거의 아픈 상처의 경험을 지니고 있어, 사실상 죽기 전까지 비교적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영위해감으로서,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로 인해 리즈는 일종의 자신에게 트라우마 되버린 것을 쓰라린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위선과 가식적인 삶을 추구하고, 한편 어느 것 하나 남들에게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알렉스 역시 자신의 처지와 연관하여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비관적이고 소극적인 행동으로 일관한다. 결국 이 작품은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을 시작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띠는 점은, 베일 속에 가려져 여러 의문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조각난 퍼즐들을 하나씩 맞추어갈 때마다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둘씩 새롭게 드러내면서,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 두 명의 청춘 남녀를 내세워, 그들을 화자로 삼아 자신들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가는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입체적 구성을 띠고 있어, 독자들이 등장인물들과 약간의 호흡을 맞추어 작품을 읽어 간다면, 한편의 멋진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소설이 기존의 여타 작품들과 조금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애틋한 로맨스 분위기를 배경으로 장르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미스터리와 스릴의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시켜 놓은 점, 또한 유령의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서 판타지적인 요소까지를 포함하면서도, 이전의 여러 작품들이 보여준 획일화 되고 일종의 공식화 되어버린 것 같은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양식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결국 이러한 부분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의외의 묘미와 즐거움 제공해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더불어 이 작품이 단순히 대중적인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면을 고려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나 일탈적인 행위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들추어내어,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주지시키고, 그로 인해 우리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도,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깊이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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