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
나카지마 교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저마다 자신만의 특별하고 애틋한 사연이 있고,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어지지 않는 아름답지만 한편으로 애잔한 추억들이 있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모르게 혼자 간직해야하는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의 삶 속에 어떤 유의미한 존재가 되어, 때에 따라서는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하며 목적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은 수없는 선택의 과정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며,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떠하든지 간에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남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몫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설사 자신에게 있어 평생 후회와 회한으로 남더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고, 어떠한 경우라도 죽는 날까지 스스로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 선택으로 평생 동안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한을 품고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지나온 삶의 흔적을 생동감 있고도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 갈등을 시대적 배경에 맞추어 적절하게 조화시켜 내고 있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 볼만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주인공 다키는 일본의 어느 시골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갓 졸업하자마자 불과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당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집에서 흔히 그랬던 것처럼, 하녀로서 남의집살이를 위해 도쿄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 시작된 하녀생활에서, 그녀는 집주인으로부터 똑똑한 하녀에 대한 영국의 어느 일화를 듣고 나서,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지, 결코 남들의 시선에 좌우되는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일종의 자부심과 같은 동기부여를 얻는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도쿄 중산층의 가정이었던 히라이 가문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은 결혼하지 않고 평생 하녀의 삶을 살아도 좋을 만큼의 하녀로서의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는 뜻하지 않은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것은 자신과 그동안 서로 신뢰하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집안의 사모님이 외간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미묘한 애정의 문제였고, 결국 자신은 하녀로서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심각한 마음의 갈등을 느끼기에 이른다. 제목에서와 같이 빨간 기와지붕이 얹힌 작품 속의 작은집은, 주인공 다키에게 있어 고향 마을 자신의 집에서도 결코 느낄 수 없는, 마음의 여유와 행복한 삶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자신만의 유일한 공간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 공간이 어떠한 이유로라도 타인에 의해 침해당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그 공간에도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변화가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일본의 어느 작고 가난한 시골 농촌에서 태어나, 평생을 남의 집 하녀로 살아가야 했던 주인공 다키라는 여인을 중심으로 회고록의 형식을 빌려, 그녀가 평생 비밀처럼 간직해야 했던 애틋한 사연을 지니게 되었던 과정을,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의 변화와 함께 마치 독자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담아냈다. 그래서 한편으로 보면 역사소설이기도 하고 로맨스 소설이며, 또한 결말 부분에 가서 등장하는 놀라운 반전을 생각하면 미스터리 장르의 요소까지를 갖추고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색채를 지닌 문학작품으로 봐도 무방 할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생각되었던 것은, 작품의 전개 과정에 있어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에 맞게 주인공의 삶이 교묘하게 결합하여 중첩되어 흘러가게 함으로서, 은연 중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과, 특히 후반부의 내용에서 주인공의 손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반전의 묘미로 인해, 결과적으로 작품의 중반까지 저자가 독자들에게 작품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일시에 해소해버리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은집이라는 공간에 독자를 끌어들여, 그 주인공이 당신이라면 과연 당시의 상황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작은집에 대해 자신은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전후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깊은 회한을 담아,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듯해 보이는 이 작품은, 생생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문학적으로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서, 많은 독자들에게 독서의 묘미를 즐기는데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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