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자주 접하다 보면 흔히 만나게 되는 이야기 것 중 하나는, 외부의 침입이 없는 밀실의 상태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미스터리에 관한 사건이다. 사실 그동안 많은 밀실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자주 선보여 왔다. 그래서 추리장르를 좋아하는 일부 독자들에게 있어 밀실에서의 사건 내용을 다룬 이 책의 간략적인 내용만을 보고 언뜻 생각하기에, 또 밀실 이야기인가 하고 기존의 작품들에서 이미 보아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루해 하거나, 혹은 정교하지도 않은 조잡한 트릭을 섞어 실망감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선입관을 가지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독자들이 이 작품을 마주함에 있어, 그 내용을 읽기도 전에 이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다른 여타의 작품들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밀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관련하여 근래 일부의 몇몇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 내용의 전개에 있어 조금은 치밀하지 못한 구성력에 의해 억지스럽게 느껴지거나, 혹은 추리 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논리 부족으로 인해 밀실추리소설 치고 다소 의아하게 생각되는 작품들이 더러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밀실추리물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독자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작품 속에 전개되는 사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탄탄한 논리를 앞세워 그 전말을 풀어내는 나름대로의 짜릿한 묘미를 느낄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이미 존 딕슨카, 애거사 크리스티와 같은 유명 작가의 여러 작품에서 보듯, 한정된 공간 안에서 눈 깜짝할 시간에 벌어지는 사건의 발단과, 그 과정에서 이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논리적인 추리의 구성 방식이, 미스터리를 다루는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외면하기 힘든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한번 가져볼 만하다.

작품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0대의 스기시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국에 공급하는 외주회사의 제작부 근무하던 중, 틈만 생기면 수시로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다른 부서의 상사에게 대들어 손찌검을 했다가, 그것이 빌미가 되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득이 하게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가 새롭게 오게 된 곳은, 다름 아닌 회사차원에서 특별히 관리하는 방송 스타 중 한사람으로, 최근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방송인 호시조노라는 사람의 매니저 역할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매니저라는 신분으로 호시조노를 따라 이틀간의 출장길에 오르게 된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산 속의 깊고 외딴 곳에 자리한 산장이었는데, 원래 이곳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운영되었다가 이후 몇 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최근 산장 주인이 바뀌면서 과거 적자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이곳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방송인, 작가 등의 유명인들을 초청해 특별히 마련된 자리다. 산장의 초청으로 모인 사람들은 산장 주인을 포함해 모두 아홉 명으로 이곳에서 일박 이일 동안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첫날은 산장 자체가 워낙 외진 곳이어서 오는 동안 참석자 모두 피곤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녁식사 후 참석자들은 가벼운 담소를 나눈 뒤 곧바로 자신들의 방을 배정받아 모두 잠자리에 들어가기 바빴다. 그러나 이야기 흐름의 본격적인 실마리가 되는 사건의 발단이 다음날 아침 급작스럽게 이들을 찾아온다. 아침 식사를 막 시작하기 위해 식당에 함께 모인 참석자들은, 산장주인의 비서로부터 산장주인이 누군가에 의해 흉기에 맞고 목이 졸린 채 자신이 묵고 있던 숙소에서 타살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런데 이곳 산장은 새벽부터 갑작스런 겨울철 기상악화로 외부와의 연락을 취할 수 없는 두절된 상태에 놓여 있던 이유로, 참석자들이 사건에 관한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산장 외부에서의 다른 어떤 침입의 흔적이 없던 것을 확인하고 내부인의 소행일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사건 정황상 과연 누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밝혀내지 못한다. 결국 사건 당일 산장 부근의 산사태로 말미암아, 외부로 나갈 수도 없고 외부에서 내부로의 구조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던 이들은, 예정에 없던 하루를 더 묵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다음날 아침 비슷한 범죄 수법에 의해 또 한명의 사체를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납득할만한 알리바이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고,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 현장에 해결의 실마리를 밝혀줄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에 빠지고 만다.

이 작품은 먼저 작가의 이름이 국내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눈에 띤다. 그것은 작가가 이번 작품을 계기로 처음 국내에 소개되고 있어서인데, 이전의 그에 프로필을 살펴보면 일본 내에서는 십여 편이 넘는 꾸준한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자국 내 평단으로부터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독자들이 가장 주목할 만 한 것은,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탄탄한 논리적 추리 부분이다. 사실 이 점은 장르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작가는 두 명이 연속해서 살해되었고 사건 현장에서의 명백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누가 범인이며 왜 그러한 결과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지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사건은 논리의 과정에서 어떤 논리를 펴가고 있는가에 따라 범인이 교묘하게 뒤바뀌고 있어서, 독자들이 의외의 반전을 만끽할 수 있기도 하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특징으로 볼 수 있을 만한 것은, 대개 일반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경찰이나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참석자의 그 누군가가 사선의 모든 정황을 면밀하게 검토해 범죄 당사자를 정확하게 지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묘한 흥미를 이끌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미스터리 팬부터 초심자까지 누가 읽어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이 작품은 본격적인 밀실추리소설로써 손색이 없어 보일 만큼 구성이 치밀하고 논리 정연하다. 따라서 눈이 내리는 산장 마을을 배경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그 안에 갇힌 사람들, 그리고 연속으로 발생하는 미스터리 살인 사건을 두고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탐정의 논리적인 추리의 재미를 독자들이 한껏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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