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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식인의 죽음 - 김질락 옥중수기
김질락 지음 / 행림서원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조국에서 사상과 체제가 서로 달라 남북분단이 된 이후 지금까지 50여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동족으로서 선의적인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정치, 군사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음을 볼 때, 이는 국민의 처지에서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국가차원에서 화해의 장을 위한 수많은 대화의 노력들이 있었지만, 최근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에서 보듯, 남과 북은 평화라는 단어를 생각하기 무색케 할 만큼 첨예한 대립의 관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듯해 보인다. 더욱이 국민의 처지에서 우려되는 것은, 일촉즉발의 그러한 생각지 못했던 걷잡을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질수도 있는 불안한 작금의 현실을 목도하면서도, 공산주의 이념에 사로잡혀 우리 사회에 갈등을 부추기거나 조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고, 특히 이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반정부사상을 선동하는 등의 이해하기 힘든 악의적인 행위에 대해, 때로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느 개인이 신념을 가지고 어떠한 생각과 사상을 추구하든 간에, 그러한 개인의 자유에 대해 이를 두고 탓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점에 있어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어떠한 경우에라도 타인에게 강요하거나 강제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에 크게 반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제고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1960년대 국내 최대 간첩단 사건이 되어버린 통일혁명당 사건의 주요 핵심 인물 이었던 김질락이,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로부터 지령과 자금을 받아 국내에서 비밀리에 활동을 해오던 자신의 삼촌 김종태에 포섭되어 그 세력을 확장해오다가, 마침내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기간 동안, 당시의 자신의 행적이 낱낱이 밝히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옥중 수기다. 이 책 그의 수기에 따르면 자신을 포함한 통일혁명당을 구성하고 주도한 세력은, 겉으로는 ‘청맥’이라는 잡지사를 만들어 마치 건전한 단체인 것처럼 포장하고, 부족한 자금을 채우고 비밀스런 회동을 갖기 위한 목적으로 학사주점을 운영해왔으며, 결정적으로 국가 전복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그 규모나 성격에 있어서 국내 최대의 조직사건으로, 그 구성원을 살펴보면 지식층이었던 문화예술인과 학생들 청년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연루된 사람만 해도 자그마치 150여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수기 당사자인 김질락은, 북한의 대남사업총국장으로부터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남파된 김종태의 사촌동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사상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결국 포섭되어 공산주의자로서 길을 걷게 되지만, 훗날 북한 정권으로부터 자신이 이용되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당시 자신의 행적을 상세하게 담아내고 있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는 달리 이념과 사상이 다른 남북분단이라는 쓰라린 아픔을 안고 있다. 문제는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적대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할 것인가에 여러 혼란스러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에서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것은, 오늘날 북한이 남북분단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대화나 타협보다는 자신들의 체제가 우월함을 강조하며 적화통일로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 이를 과대포장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의 실체를 교묘하게 왜곡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음을 볼 때,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책 저자의 경우를 보면 애초부터 공산주의 사상에 동의 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정부의 정책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여 이에 불만을 품었던 것이 조금씩 쌓이고 쌓이면서, 결국은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방향에서 반정부사상을 고취하는 흐름으로 선회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산주의 체제는 세계 여러 국가의 예에서 보듯 이미 실패한 이념이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이러한 자신들의 잘못된 체제와 이념을 인정하고 개선하려 하기보다, 스스로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 어떤 사안을 두고 때로 반목과 질시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반정부적인 그릇된 망상에 빠져서는 안 될 일이다. 시대를 잘못 읽음으로서 자신의 젊은 청춘을 마감해야 했던 이 책의 저자의 가슴 아픈 회고를 통해,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직시하고, 우리의 안보의식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 일깨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